관리 메뉴

솜다리

페루(5) - 파라카스 본문

북,남미/중남미 5국

페루(5) - 파라카스

oneplus 2011. 8. 5. 11:40

 

19일차 (1/30.화) 바예스타 섬에서 듣는 동물들의 화려한 합창,

                 황금 가면에 가려진 리마의 이중 생활

 

아름다운 새소리가 사막의 모래알들을 애무하며, 오아시스를 잠깨운다. 떠나기 싫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이다.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상쾌한 공기를 심호흡으로 들이킨다. 이곳에서 한가하게 며칠 더 소일하고 싶다.

8시 30분에 바예스타 섬이 있는 파라카스 해상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1시간 정도 달리면 파라카스만에 도착한단다. 아파트형 묘지(구멍마다 관을 넣는 서민형 묘지, 3년 지나면 꺼내서 태운 후 납골당으로 옮긴다고 함)를 지나고, 이어 목화밭, 포도밭을 지나 사막 지대에 접어든다.

1평 남짓하게 옥수수 돗자리를 둘러친 막사가 즐비한 동네를 지났다. 이곳은 택지조성 지역이고 입주권을 얻으려는 무허가집들이란다. 일명 ‘표딱지’를 얻기 위해 불법 거주자가 난립하는 우리의 비닐하우스 지역과 비슷했다.

이곳에 아직 상수도 시설이 안 되어 있는 건 자연스런 일. 물차가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고, 주민들은 너나 없이 푸른색 물통으로 물배급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얼마전까지의 서울의 난곡, 봉천동 일대의 산동네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사막 위의 양계장은 다시 보아도 이색적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막사는 농사보다는 수입이 좋아서 창고를 지어 임대료를 받는 서울 근교의 농경지에 지은 콘테이너들같이 행렬도 가지런하다.

 

페루는 현재 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옛날 사회주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고, 백인에 의한 스페인 본국으로부터의 정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독립 국가라 아직까지 사회 구조가 백인 사회와 원주민 사회로 철저히 이분되어 있다. 전체 10%에 해당하는 백인 사회가 권력, 부, 문화 생활의 기득권을 누리는 가운데 나머지 90%의 원주민이 이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형태이며 이러한 삶을 당연하게 여기며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사회의 부조리함을 의식하여 이에 반발하거나, 사회 개혁을 부르짖기에는 가난의 대물림으로 인한 교육 기회 박탈, 의식화 교육의 부재, 신분 상승 기회가 봉쇄된 사회 구조 등으로 앞장 설 인물이 배출되지 않고, 정치권은 완전히 백인에 의해 장악되어 교대로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고 보니 원주민의 노동력은 착취당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이 되지 않은 채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백인 계급 지배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 리마의 경우만 하더라도 신도시, 구도시가 확연히 구분되어 거리 풍경은 물론이고, 생활 수준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계를 위해 무작정 몰려드는 현지인들로 인해 구도시는 점점 슬럼화되고 우범 지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의 3배 이상의 크기로 팽창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무작정 상경자들이 점거하여 주거지로 변한 도시 외곽은 구시가지보다도 더욱 심각한 환경과 주거 모습을 보이고 있어 페루 원주민들의 현재의 삶의 수준을 가늠케 해 준다. 백인들은 이러한 구시가지를 피해 깨끗한 주거 환경과 부대 시설을 갖춘 신도시로 이동하여 구, 신도시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의 벽이 점점 높아만 가는 이중적인 도시 구조를 갖게 된다고.

저녁 식사 전에 잠시 둘러본 아르마스 광장 일대의 구도시는 스페인 지배 당시의 유럽풍 건물들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는 골목들이 버스 한 대 정도 지나다닐 정도의 길로 연결되어 미로처럼 뻗어 있었다. 그러나 세이버라는 흑단의 일종인 나무로 정교하게 조각된 발코니들은 한결같이 광채를 잃고 먼지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퇴락하였고, 건물들은 낡아 우중충한 느낌을 주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한 상가 지역도 사람들로 복작거리는데 세련된 모습의 사람들보다는 가난의 때가 뚝뚝 묻어나는 거지들, 할일 없이 힐끗거리고 빈둥대는 허름한 차림의 원주민들이 대부분이고, 그 사이로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면서 이리저리 걷고 있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그 인파의 30%가 소매치기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라고 하니, 치안도 문제이지만, 치안의 손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삶의 어려움을 범죄 행위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람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이들의 가난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았다.

이에 비해 신도시 지역은 조명부터 밝고 화려했다. 선진국 그 어떤 도시에 못지 않은 세련되고 예쁜, 멋진 건물이 즐비하고, 가로수가 잘 가꾸어져 있는 도로도 널찍하게 뻗어 있으며 그 길을 달리는 차종도 고급스러웠다. 특히 ‘보아라, 꽃들을!’이라는 뜻의 미라 플로렌스 지역에 들어섰을 때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안 절벽 위에 조성한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을 흉내낸 사랑 공원에는 남녀의 열렬한 키스 장면 조각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당당하고 자유스럽게 서 있고, 격조높은 조경을 한 공원에서 저녁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은 그 조각처럼 당당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공원 주변 상가는 휘황하고, 화려하고, 풍성했다. 모든 게 자신감에 넘치고 활기에 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 대통령 후지모리 때 부패의 온상을 방관한 채 군림만 했던 여느 대통령들과는 달리,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2차선의 이 도로 건설뿐만 아니라, 토지, 경제 분야의 국유화로 원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페루의 앞날에 발전을 가져올 여러 개혁을 단행하여 서민들의 삶에 서광이 어리는가 싶었는데 지나치게 혁신적인 그의 정책들에 반대하고 시기한 일원들이 미국과 결탁하여 간교한 음모로 그를 실각시켰단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던 그의 이혼한 부인에게서 빼낸 정보를 바탕으로 부정부패라는 모함을 꾸며 함정에 빠뜨리고 결국 실각까지 하게 한 것은 페루인에게는 커다란 불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한때 이들에게 꿈을 제시하여 국민들에게는 영웅이었지만 일본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시나리오와 정적들의 합작품으로 보기좋게 패배한 자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들이란 어디나 다 비슷한가 보다. 특히 정치인은 열린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 사심없는 정책을 펼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럴싸한 명분으로 합리화하며 당론을 내세우고, 민생보다는 세 부풀리기에 급급할 때가 비일비재하여 안타깝고 씁쓸할 때가 많다.

10시가 조금 넘어 파라카스만에 도착하였다. 선박 조선소가 있고, 라이프 라인이 연결된 LNG 가스 탱크가 있고, 풍요로움과 관련된 시설물들이 만에 즐비하다. 페루에서 이 만이 차지하는 경제적 위치가 매우 커 보였다.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호텔은 1945년에 만들어졌다는데, 귀족들의 휴양지 도시로서의 기능에 어울리는 호화로운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용, 어른용 풀장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산책로에 미니 골프장 까지. 선착장에는 낚시를 위한 요트를 언제나 띄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귀족들이 충분히 휴식하도록 아이들을 돌보는 하인들의 거처까지 만들었다니, 우리 나라가 일제의 압제에 허덕일 시간에 이들은 이처럼 호화롭게 인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선착장을 떠난 모터보트는‘바예스타(화살 모양)’ 섬을 향해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파도치는 바다를 질주하는 배의 앞머리로 부서지는 물보라가 넘친다. 보트의 벽체가 유난히 높고 유리로 막아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유황과 해조류가 섞인 묘한 바다냄새도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섬을 향해 가는 도중에 파라카스 반도의 해안 모래 언덕에 그려진 칸델라브로 그림과 마주쳤다. 중세 유럽의 대저택에서 쓰던 촛대 모양의 지상화가 사막 가운데 새겨져 있는 것이다.

잉카어로 ‘모래폭풍’이라는 뜻인 파라카스는 바람과 파도가 거센 곳이지만 촛대 그림은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등지고 있어 수백년이 지나서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나스카 지역의 지상화처럼 고대에 이곳을 지배했던 나스카 문명이 남긴 흔적이라고 하는데 길이 128m, 폭 76m의 크기를 지닌 촛대가 약 60cm의 깊이로 새겨져 있어 20km 밖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고기잡이 나가는 배를 향해 무사 항해를 기원하고, 멀리 돌아오는 배들이 반갑게 돌아오도록 등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한참을 달리다 뒤돌아 보아도 촛대는 거기 그 자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파라카스 안내도

 

선착장

 

칸델라브로

 

40분쯤 달려 드디어 바예스타 섬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난한 자를 위한 갈라파고스’ 또는 ‘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는데, 저렴한 돈으로 동식물의 보고라 불리는 갈라파고스 섬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어 붙여진 애칭이란다.

드센 파도가 만든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 특히 이름처럼 거대한 화살을 구부려 놓은 듯한 뚫린 바위 동굴 앞에는 무수한 물개가 떼지어 누워서 짝짓기를 위함인지, 생을 찬미하기 위함인지 요란한 합창을 하고 있다. 그 위로 갈매기를 비롯한 무수한 조류들도 인적에 놀라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오르며 고음의 멜로디를 내며 화음을 맞춘다. 햇빛이 따스하게 비치는 바위 위에 널브러져 낮잠을 자는 긴 수염을 가진 멋진 얼굴의 바다 사자, 수면과 맞닿은 옹기종기한 바위 위에 몰려앉은 펭귄 무리가 장관이다.

큰 부리를 가진 펠리컨을 이처럼 가까이에서 이렇게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흰색 갈매기, 흰머리 갈매기, 빨강부리와 빨강발톱을 가진 예쁜 갈매기, 검정 갈매기, 일반 갈매기,...갈매기만도 그 종류를 헤아릴 길 없다. 대열을 지어 날다가 직하강하여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떼지어 멋지게 윤회하며 날면서 높고 낮은 소리로 요란하게 우리를 반긴다.

가마우지는 바위 위에 정렬해 놓은 듯이 나란히 앉아 있다가 1군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2군들이 그 자리에 다시 정렬하여 앉는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나 있어 아직 날개짓 하기에는 멀어보이는 새끼 새들은 또 어찌나 애처롭게 귀여운지.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물개는 대부분 11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12월에 새끼를 낳고, 1월부터 다시 짝짓기에 들어간다는데 거대한 몸집을 가진 수놈들은 자기들끼리 영역 다툼으로 거의 전쟁을 방불케할 싸움을 한다고 한다. 우리 눈 앞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놈도 있고, 몸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에 유혈이 낭자한 수컷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지쳐 누워있는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그렇게 해서 이긴 수놈들은 자기 영역을 차지하고서 여러 암놈과 그 새끼들을 가족으로 거느리고 점잖게 버티고 앉아 있다. 요란한 모습으로 짝짓기에 몰입해 있는 놈들도 있다. 해구신을 왜 비아그라로 치면서 남자들이 못 먹어 안달을 하는지 알 만하다.

목 좋은 해변을 온통 차지한 물개떼들. 어미 물개 주변으로 선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반질반질 빛나는 몸을 지닌 작은 새끼 물개떼들이 오골오골 모여 앉아 울부짖어대는데, 꾸룩꾸룩 울어대는 그 소리는 누구에게 보내는 신호이며, 무엇을 알리려는 의사 표현인지 알 길이 없다. 칭얼거리는 새끼들의 응석을 일일이 들어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어미 물개는 정작 관심없는 얼굴로 멍하니 하늘과 바다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게으르게 누워 있다.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파도에 깎인 기암 절벽을 따라 이리저리 한 바퀴 돌면서 들여다 본 바닷물은 또 어찌나 맑은지. 바위 밑 해조류 사이의 말미잘, 해파리, 물속에서 유영하는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들이 모두 들여다 보일 정도이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온갖 조개류, 해조류, 기기묘묘한 바위색과 바위결. 섬 풍경은 그야말로 순수 자연 그 자체이고, 해양 생물들이 방해받지 않고 그것을 고스란히 누리는 천혜의 천국이었다. 청정 지역이며, 자유로움이 한껏 보장되는 곳이고, 주어진 환경을 마음껏 누리는 느긋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바예스타 섬

 

바예스타 섬

 

여러 군도로 이루어진 바예스타 바위섬들을 당당할 정도로 새까맣게 차지하고서 마음껏 생의 환희를 구가하는 새들과 동물들의 합창은 가히 충격적이고 나를 흥분으로 몰아넣는 색다른 경험이다.

수시로 달라지는 눈앞의 피사체에 환성을 터뜨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우리 코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청국장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새들의 분뇨 냄새. 무수한 새들의 배설물이 쌓여 변질된 구아노는 천연 비료로는 최고라고 한다. 페루의 ‘구아나이’라는 새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 비료는 잉카 시대부터 이용해 왔다는데 페루, 칠레의 해안선을 따라 구아노 채취가 이루어지고 이곳의 구아노가 유럽으로 넘어가 유럽의 농업 혁명에 기여하기도 했단다. 특히 1840년에서 80년까지의 페루 수출품의 1등을 차지하여 이 시대를 구아노 시대라고까지 부른다나.

지금도 이 구아노 채취는 국가 소유의 국영 사업으로 2년에 한번 정도 채취하는데 분뇨량이 줄고 화학 비료가 출연하여 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 나라의 좋은 자산이란다. 자연을 누리는 새들이지만 땅의 주인에게 자릿세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대자연을 누리고 이용하는 인간은 자연을 창조한 조물주에게 무엇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문득 반성할 일이다.

  

1시간 가량 섬을 둘러본 후 파라카스 호텔 레스토랑에서 해물 전채, 돔찜, 과일과 아이스크림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 후 나스카 문화 유물이 운치있게 장식된 실내 인테리어를 이리저리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오후 1시 20분에 파라카스를 출발하여 리마까지 3시간 30분 걸리는 길을 버스는 시원스레 달린다. 대부분 점심 식사 후의 식곤증으로 깊은 잠에 빠져 버스 안은 물속처럼 고요한데 조용한 음악이 감미로와 버스 안이라는 공간과 현재의 시간 개념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여행 마지막 날이 주는 아쉬움에 나는 주변 풍광을 내다보느라 지루할 새가 없다.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초라한 마을, 중간에 들른 마을 휴게소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맨발의 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얻은 사탕을 뺏는 아이 업은 아주머니가 나를 조금 우울하게 했다. 아마존 정글의 엄청난 자연 자원, 쿠스코, 맞추피추를 중심으로 곳곳에 널린 잉카 시대의 유적지, 안데스 산록의 풍부한 농산물, 해안 지대의 나스카 문명 유적, 풍부한 해상 자원. 이처럼 잘 살 수 있는 무한한 저력을 간직한 나라인데, 특권층을 빼고서 온 국민이 총체적인 가난에 허덕이며 그것이 가난인 줄도 모르고 주어진 운명인 양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페루인들이 안타까왔다. 어서 좋은 지도자가 나와 이 모든 자산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부를 쌓고, 그 부로 서민들이 보다 윤택한 삶을 누리도록 좋은 정치를 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신도시 지역에 위치한 황금 박물관에 오후 5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이곳은 개인 박물관으로서 소장품의 숫자로나, 그 가치로 보나 국립박물관을 능가하며 웬만한 국제 유물 전시를 위한 유물들은 이 박물관에서 공급한다고 한다.

1층은 이 수집가의 기호에 맞춰 수집한 세계 각 나라의 검들이 진열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다시피 하였고, 다른 각종 전쟁 무기들도 진열되어 있다.

지하 1층에 부장품 중심의 유물들이 엄청난 양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도자기류, 직물류, 황금 유물류로 나뉘어 있으나 시대 구분 및 발굴 장소 등이 좀더 체계적으로, 시기별 설명을 곁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유물들의 효과적인 전시를 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보관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한 개인이 어쩌면 이처럼 많은 유물을 수집하여 소장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황금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잉카의 황금 유물들이 이곳만큼 많이 소장한 곳이 없으며, 연구 가치가 높은 정교한 보물들도 상당한 것 같다. 왕족의 가마 가리개의 황금 장식과 왕족의 권위를 높이는 황금 숄은 눈부셨고, 나스카 지역의 유물인 정교한 문양의 직조물, 앵무새 깃털로 만든 옷들은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계속 탄성을 지르게 했다.

각 지역의 대표적인 미이라들은 해안과 고산 지역의 인종의 특징, 생활의 차이 등을 구별하게 해 주는 대표적인 단서를 제공하면서 유리 진열장에 갇혀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 미이라들의 영혼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한국인 여자 관광객이 우리를 따라 다니며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더니, 길쭉한 모양의 두개골 변형과 뇌 수술 흔적이 있는 두개골에 대해 그 이유를 질문하더니 답변을 듣고 이내 사라졌다. 나중에 보니 다른 일행들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어 기특하게 여겼는데 공항에서 또 만났을 때 그녀의 정체를 알고 나서 황당했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녀는 우리가 알만한 여행사의 인솔자였다. 박물관 관람을 한 일행에게 현지 가이드 없이 자신이 귀 동냥해 얻은 지식으로 유물 안내를 했던 것이다. 사연이야 있겠지만 피상적으로 본 모습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다. 개인이나 소그룹이 자유 여행을 한 것이라면 다소 이해가 되겠지만 여행사 이름으로 손님들을 모아 인솔한 인솔자가 여행지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이드도 없이 박물관을 관람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가이드가 어떠하냐에 따라 여행의 수준과 질이 하늘과 땅 차이로 크다는 걸 여행하면서 절실히 느끼지 않았던가.

 

  황금 박물관

 

어두워 오는 구시가지의 아르마스 광장, 그 주변에 자리한 왕궁, 성당, 시청사와 산 마르틴 광장을 버스에 탄 채 차창으로 둘러보고 신시가지로 나가 후지모리 대통령 재임시에 조성되었다는 미라 플로레스 지역의 공원에서 4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페루의 두 얼굴을 수도인 리마의 신․구 이중 구조를 지닌 도시의 모습으로 확인하면서 저녁 식사 장소인 한식집으로 옮겼다.

리마 신도시에 자리한 한국식당인 ‘아리랑’에서 갈비, 김치 찌개로 이루어진 저녁 식사를 했다. 상추쌈, 소주를 시켜 놓은 테이블에 앉아 갈비를 구우며 담소를 나누는 외국인도 보인다. 밑반찬은 가지, 고추조림 등 그럭저럭 맛있는데 김치가 짜고, 김치찌게에 깊이가 없어 허기를 달래는 정도만 먹었다. 속이 개운할 정도로 잘 먹었다는 기분이 안 든다.

식사 후 겨울 옷으로 정신없이 갈아 입고, 화장 지우고 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비행기 탈 준비를 했다. 이젠 이틀에 걸쳐 비행기 탈 일만 남은 것이다.

공항으로 이동한 후 출국 수속 모두 마치고 새벽 1시 40분에 이륙할 LP 604 탑승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면세점을 이리저리 배회했다. 페루의 특산품인 알파카, 우리 나라에도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는 ‘알파카 111’에 단연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쇼핑에 욕심을 부려 알파카 티 셔츠를 샀다.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야 할텐데.

잉카와 바예스타를 담은 DVD 디스크를 산 후 의자에 길게 누워 기나긴 중남미 여행이 준 감회와 피로를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각 지역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고, 그 다름에 따른 각각의 감동이 모두 컸지만 이곳 페루는 그 어느 곳보다 나를 압도했고,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아마 오래오래 이곳을 그리워할 것 같다.

 

대성당

 

대통령궁

 

시청

 

광장

 

광장

 

광장

 

광장

 

대통령 궁

 

신도시

 

신도시

 

 

오늘의 일정 : - 8시 30분 호텔 출발, 버스를 타고 파라카스로 이동

             - 유람선 타고 모래산에 그려진 칸델라브라 그림 감상,

                바예스타 섬의 생태계 관찰

             - 파라카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

             - 리마로 이동

             - 황금박물관 관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구경

             - 한식당 ‘아리랑’에서 저녁 식사

             - 공항 이동

 

 

 

'북,남미 > 중남미 5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루(6) - 에필로그  (0) 2011.08.05
페루(4) - 나스카   (0) 2011.08.05
페루(3) - 이카   (0) 2011.08.05
페루(2) - 맞추피추  (0) 2011.08.04
페루(1) - 쿠스코  (0) 2011.08.0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