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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4) - 나스카 본문

북,남미/중남미 5국

페루(4) - 나스카

oneplus 2011. 8. 5. 11:04

 

18일차 (1/29.월) 나스카 평원에는 마리아 라이헤 여사의 땀방울이 배다

 

어제는 12시가 넘어 방에 들어와 새벽 2시쯤 잠들었다. 새소리와 더불어 맞이한 새벽 5시. 온 몸이 뻑뻑하고 화장도 잘 안 먹고, 왠지 아침이 바쁘고 어수선하다. 오아시스 주변을 한 바퀴 밤산책하려던 생각,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려던 계획, 모두 깨지고 마음 저 한켠은 할 일을 안 한 찜찜함이 남아 있다.

출발전 호숫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백조를 닮은 긴 다리의 흰새 한 마리가 여러 작은 물새들을 거느리고 오아시스 호수 주변을 맴돌며 먹이를 찾는 배경엔 사막이 열대 나무와 더불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아주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아침 식탁에 장(腸)에 그처럼 좋다는 선인장 열매인 ‘뚜나’(씨가 딱딱함. 50년 정도 된 선인장에서 그 정도 크기의 열매가 달린다고 함), 개구리알처럼 생긴 ‘그라나디아’가 올랐었다는데 몰라서 그냥 지나쳤나 보다. 내일은 기필코 찾아서 먹어야겠다.

 

 

 

7시 10분에 나스카를 향한 우리의 버스는 호텔을 출발하였다. 3시간 정도 달리는 길은 지난 여름 카람코람을 넘을 때의 대지처럼 메마름이 극에 달했다. 아니, 카람코람은 빙하 녹은 물이 석회암 지대를 달리며 뿌연 흙탕물의 소용돌이로 도도하게 흘러 가고 있어 여기보다는 메마름이 덜했던 것 같다. 더구나 그곳은 흙보다는 암석이 더 많았으니까. 풀풀 날리는 흙먼지가 빈곤을 부채질하듯 버스 꽁무니를 길게 따라온다.

빨빠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의 중간쯤에 ‘잉카의 얼굴’로 불리우는 바위가 있어 버스는 잠깐 정차했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바위가 길 옆 언덕에 우뚝 자리하고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 붙여진 이름같다. 주변은 돌, 바위, 흙으로 된 거대한, 기기묘묘한 산들이 구불구불 뻗어나간 사이 사이로 버스길이 나 있어 나의 혼을 온통 빼앗아 가던 카람코람의 그 황량한 사막을 지날 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물론 이 지역은 바위보다는 흙성분이 훨씬 많아 카람코람같은 거칠고 깊고 웅장한 맛은 다소 떨어진다.

빨빠 평원은 두 산 사이의 계곡, 물이 있는 지역에 형성되어 각종 농산물이 잘 자라서 나스카 지역에 식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면화와 포도 생산도 으뜸이란다. 실제로 길 옆으로 펼쳐진 밭에는 포도와 목화를 재배하는 곳이 많이 보였다.

작은 산을 통과하여 마을을 벗어나고부터는 계속 평원이다. 한없이 뻗은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의 직선길이 지루할 정도로 곧게 보이고 그 길을 버스는 졸 듯이 달린다. 어쩌다 마주 달리는 차량이 한 대 보일 정도로 길은 한산하다.

이윽고 라이헤 여사가 세운 나스카 평원의 지상 그림 전망 감시탑을 지나 9시 15분 경비행장이 있는 NIDO DEL CONDOR HOTEL에 도착했다. 사막 한가운데 문득 나타나 우뚝 솟아오른 신기루같은, 귀엽고 세련된 건물이다.

11인승, 5인승의 탑승 결정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선뜻 먼저 5인승을 선택하고서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나스카 문화에 대한 , 발굴 및 연구 과정에 대한 비디오를 관람했다.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

 

마리아 라히헤 전망대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

 

나스카 문화는 서기 1~700 년경 페루 남해안에 번영했던 문화로 중심지는 나스카 계곡과 이카 계곡이며 나스카 계곡에는 오늘날까지도 카와치라는 대유적이 남아 있다. 선행한 파라카스 문화(BC 500~ AD 1)와 같이 나스카 문화 유적의 태반은 지하를 깊이 파서 만든 묘의 부장품들이다. 출토품에는 인물․동식물 등이 다색채로 그려진 토기가 많다. 직물은 면과 알파카털을 재료로 평직 자수 등의 기교가 발달하여 그 색채의 아름다움은 안데스문명 여러 문화 중에서 최고의 것이었다. 머리장식․팔찌 등의 금세공도 많다. 이카 계곡과 나스카 계곡 사이에 있는 넓은 대지 위의 사막에는 유명한 지상회화가 있다. 나스카의 세력 범위는 남해안이었지만 그 문화의 영향은 볼리비아의 고지에서부터 페루 중부 고지, 남부에까지 미쳤다. 700년경에 쇠퇴했다.

나스카 라인은 페루 남부 나스카 북쪽 사막의 몇몇 대지(臺地) 위에 그려진 거대한 동물형상과 기하학적 형태의 그림들을 일컫는데 벌새, 원숭이, 고래, 거미, 개, 나무, 우주인, 펠리컨, 꽃 등 의 그림이 30개 이상, 소용돌이, 직선, 삼각형, 사다리꼴 등의 기묘한 곡선이나 기하학 무늬들이 200개 이상 그려져 있다. 그림 한 개의 크기가 100m에서 300m에 달하는 거대한 것으로 어떤 것은 8km의 직선이 마치 긴 활주로처럼 뻗어 있는 것도 있다. 이 그림들이 그려진 면적을 모두 합치면 거의 1,300 평방 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지면에서는 그림을 판독하기 힘들지만 공중에서는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도대체 이런 황량한 사막에 누가, 언제, 왜, 어떻게 그린 걸까?

누가 언제 그린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시기는 12세기에 번영했던 잉카 문명의 발생 이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상화를 그린 목적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어떤 것은 천문학이나 역법과 관계있는 듯하며 어떤 것은 의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나스카의 토양은 황색의 점토성으로 작은 돌과 화산 자갈로 덮혀 있는데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는 동안 철 성분의 돌들이 산화되어 지표면이 검은색을 띤다. 문양은 돌을 살짝 걷어내고 깊지 않은 골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선명하게 구별되어 선을 따라 돌을 배치하는데 많은 노동력을 필요치 않는다.

나스카 평원은 페루 남부의 태평양 연안과 안데스 산맥 기슭 사이에 위치해 있어 연중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한류인 훔볼트 해류가 흐르는 바다에서 습기를 거의 실어 오지 못하기 때문에 열대림이 무성하게 자라기 마련인 위도에 놓여 있으면서도 지난 1만 년 동안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너무 건조해 매 2년마다 겨우 12.5mm 정도의 비가 내리며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이 지상화는 이런 극도로 건조한 기후 때문에 오래 보존될 수 있었고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미 16세기 스페인의 연대기 작가인 시에사 데 레온이 ‘나스카 부근 사막에 있는 이상한 부호들’에 흥미를 느꼈지만 과학자들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1941년부터였다. 이 신기한 문양들을 처음 조사한 사람은 미국 롱아일랜드 대학의 농업경제학자인 폴 코스크 교수였다.

독일의 수학자 마리아 라이헤 여사는 일평생 나스카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앞장섰다. 우주인의 활주로, 우주인의 메시지, 신에게 바치는 제물 등 구구한 해석이 내려지고 있고, 외계인설, 열기구 이용설 등 ‘누가, 어떻게’라는 문제에 대한 여러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하는 이 지상화를 라이헤 여사는 ‘컴퍼스 원리를 이용해서 고차원의 수학적 풀이를 거쳐, 오차 없는 정확한 그림들, 곡선과 원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말해 다른 학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녀는 고고학자도 아니면서 이 그림들에서 천문학적인 증거들을 찾아내어, 수많은 사막의 선․ 도형은 ‘해․ 달․ 별의 운행과 절대적인 관계가 있는 별자리를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문 캘린더 이론’이 그것인데 고대 농경 사회에서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라는 데에 그의 연구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페루에 들렀다가 운명처럼 이곳에 정착해 1998년 6월 8일, 95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이곳에 거주하면서 나스카 지상 그림의 사진, 지도 작성, 축척에 따른 도면 제작 등 많은 연구를 하였다. 한편, 페루 정부가 관개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이곳으로 물을 끌어들이려 할 때 목숨 걸고 이에 맞섰다. 세계에 이 어처구니없는 무지한 처사를 알려 여론을 불러 일으켜 결국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이 지상화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페루는 물론, 전 세계인이 다시는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위대한 문화유산이 하마터면 물 속에 잠겨버릴 뻔했던 것을 그녀의 노력으로 살려낸 것이다.

그녀가 한 말에서 지상화에 대한 애착, 지상화 연구에 임한 그녀의 자세와 사명감을 엿볼 수 있다.

“ 나는 내 인생에 만족하고, 다시 태어나더라도 이렇게 살다 갈 거예요. 내가 내 필생의 과업을 발견하고 행복했듯이, 가능한 한 다른 많은 사람들도 살아가는 동안 이렇게 흥미로운 과업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토록 일하는 가운데 즐거움을 찾는 것이니까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을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겠죠.”

얼핏 보면 평범한 여느 사막 지대와 다를 것 없이 황량하고 메마르다. 뜨거운 태양에 타 버린 것 같은 검으스름한 자갈, 흙으로 덮인 지역이다. 이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원인이 된 그 그림들을 보기 위해 우리는 드디어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있는 폼, 없는 폼 모두 잡고서 기념 사진을 찍고 비행기의 맨 뒷자석에 앉았다.

경비행기는 처음 타 보는 것이고, 멀미와 어지러움증이 너무 고생스러웠다는 경험자들의 말만으로도 난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에 놀이동산의 자이로드롭, 청룡열차, 독수리요새, 바이킹 같은 놀이 기구는 구경만으로도 어지러워 아예 탈 생각을 못했던 내가 아닌가!

오전이라서 비행장은 한산하고 날씨는 아주 쾌청하다. 바람도 없다. 경비행기로 나스카 라인을 조망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란다. 친절한 기장이 꼼꼼하게 영어로 안내해 주는 헤드폰을 끼고 ‘고래’부터 차례차례 구경하였다. 좌,우 급선회하며 2번씩, 때로는 그 이상을 되돌며 빠짐없이 형상을 찾아내고, 사진찍고 하다보니 어지러울 거라는 우려는 완전히 기우였다. 지면이 솟아올라 언덕이 되고 산이 되고, 하늘이 발 아래 깔리며 급선회, 직할강, 왜 이리 재미있는지. 연신 박수치고, 엄지손을 들어 보이며 ‘good! 기장 최고!’를 연발한다.

 

나스카 경비행장

 

나스카 : 원숭이

 

나스카 : 외계인

 

25m 길이의 고래를 보고, 삼각대 도형을 손가락으로 그리면서 신기해 하던 중,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우주인’. 30m 길이라는데 작은 아이같이 외롭게 서서 우리를 올려다보며 인사하는 모습이 왜 그리 슬퍼보이는지. 사막에 홀로 떨어진 어린 왕자가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122m× 91m의 크기를 지녔다는 원숭이는 꼬리도 길고 모양도 선명했다.

135m의 거대한 콘도르를 지나 벌새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신영씨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심한 멀미인 것 같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평소에 혈압이 높은 관계로 저러다 큰 사고가 나면 어쩌나, 제발제발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보인다는 생식기까지 그림에 나타내었다는 아마존 정글에 서식하는 거미 그림, 지상화를 그린 사람들의 놀라운 관찰력을 자세히 살펴 보려 해도 멀미하는 남편이 걱정스러워 그 다음부터는 건성으로 그림을 보았고 내 시선은 연신 남편 얼굴을 살폈다.

274m나 된다는 알카드라스 새, 귀엽게 생긴 앵무새 그림을 지나 라이헤 여사의 전망탑 근처에 왔을 때는 그림들이 많이 훼손돼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나무, 손, 개 등 형상화 12개 정도를 지난 후, 기장이 ‘once more?'라고 물었다. 심정적으로는 그러고 싶었지만 맨 앞 기장의 옆자리에 앉은 김인회 님까지 멀미를 하고 있어 우리는 활주로로 돌아왔다.

경비행기로 하늘을 날 때는 산이고, 구릉이고 크기 개념이 없어지면서 한 눈에 들어오고, 100m, 200m라는 길이가 손가락 끝으로 측정되더니 비행기에서 내려서 바라보는 사막 평원은 아득하다. 비행기도 없던 시기에 이 거대한 그림을 누구에게 보이려고, 다양한 형상을 무엇으로 측정하여, 돌을 치워 드러나는 흙의 색깔을 연결하면 그림이 될 수 있고, 바람이 없어 그 형체가 선명하게 오래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해 냈던 것인지.

시공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엄청난 문명의 주인공들이 분명 이 땅에 있었을 것 같은, 그들은 이미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이곳을 찾아 불가사의한 그들의 흔적에 놀라워할 것까지 알고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 흔적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였으며, 어디로 간 것일까?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간다.

 

나스카 라인 전망용 경비행기 탑승증까지 본인 이름으로 발행해 주는 공항에 무사히 귀환한 후에도 신영씨는 한참이나 괴로워했다. 덕분에 호텔 레스토랑의 점심 식사에서 만난 그 맛있는 ‘세비체(여러 해산물을 레몬즙과 식초에 절인 냉채요리)’는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돌아가는 길에 나스카 라인의 훼손을 막기 위해 라이헤 여사가 세운 감시용 전망탑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평원, 아득히 뻗은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의 직선 도로, 그 한켠에 있는 탑이 한 개 점으로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막상 올라가서 보니 상당히 높아 주변의 그림이 아주 잘 보였다. 비행기에서 놓친 ‘손(hand)', 'tree' 형상 그림을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곳에서 일생을 보낸 라이헤 여사를 잠시 회고했다.

그녀는 현지인들이 전망탑 입장료를 받아 이곳을 관광 상품화하는 현실을, 평원에서 채취한 돌에 지상 그림들을 페인트로 그려 관광객에게 그림 1개에 1$에 파는 행위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문화 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생활 방편의 하나로 이곳의 돌을 채취함으로써 이곳을 더욱 망가뜨리는 현지인의 상업 행위를 얼마나 안타까와 하고 있을까? 이런 상황들에 대한 정부의 어떤 법적인 제재는 없는 걸까? 유네스코 차원에서 구체적인 보호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원에 가득한 뜨거운 불볕 열기가 라이헤 여사의 평생 기울인 열정인 양 가슴 가득 안겨왔다. 그녀가 이곳에 애정을 쏟으며 행복해 했듯이 내 생애의 열정쏟을 대상은 무엇이었던가? 내 삶의 현실을 과연 그와같은 열정으로 대하며 살아 왔는가? 많은 회한이 밀려온다. 내 회한을 닮은 한 줄기 흙먼지 회오리가 대지의 한숨인 양 메마른 땅을 가볍게 훑는다.

 

과일가게 

 

과일 가게에서 맛본 망고의 달콤한 과즙이 황량한 벌판에서의 쓸쓸한 회한을 달래 주었다. 과일 하나에 어린 아이같이 천진하게 웃으며 행복한 웃음을 날릴 수 있는 일행들의 순수함이 소박한 내 일상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호텔로 돌아 와 붕붕카를 타고 사막 사파리를 하러 떠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 머풀러로 중무장을 했다. 4시 출발. 어린이 만화에서 본 붕붕카를 닮은 짚차는 이름에 걸맞게 붕붕, 요란한 엔진 소리를 냈다.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한 고글까지 제공되는 짚차를 탄 우리들의 마음은 그 소리에 덩달아서 들떴다.

짚차는 급경사의 사구를 몇 차례에 걸쳐 스릴 넘게 넘나들었다. 사구를 휘돌 때의 스릴, 급경사를 내달릴 때의 아찔함, 으악, 으악 소리지르며 차라리 눈을 감아보지만 우리의 고함에 신이 난 운전 기사는 점점 더 높고 아득한 사구를 겁도 없이 질주한다.

내 생명, 내 목숨, 이 사구에 바치노라.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모든 걸 체념해 버렸다. 놀이동산의 청룡 열차, 자이로 드롭, 사람들은 바로 이런 스릴 때문에 이런 것들을 즐기나 보다. 완전 동심으로 돌아갔다. 즐기려 드니 무서움도 사라지고, 새로운 즐거움이 밀려왔다.

  

이어 사구에서의 스노보드 타기는 또 얼마나 기막힌 즐거움이었던지. 스노보드에 배를 깔고 엎드린 후, 두 다리를 V자 형태로 벌린 자세로 사구를 내리달릴 때 얼굴에 부딪치는 모래 바람. 몸은 내려놓고 기분만 날아가는 듯한 그 경쾌함.

초급, 중급, 상급 코스의 모래썰매를 일행 모두가 도전하여 즐긴 후, 최상급 코스에 몇몇이 도전했다. 거의 여자들이었다. 나 역시 빠질 수 없지. 멋있는 폼으로 한 마리 콘도르가 되어 영원을 향하는 기분으로 달렸다. 아래에서 신영씨는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리라.

 

거의 모두 내려왔을 즈음, 일동의 시선이 놀라면서 걱정스레 한 곳으로 쏠렸다. 추정자 선생님이 스노보드와 엉켜 뒹굴고 있었다. 큰일났다. 큰 사고다. 크게 다칠 것 같은 광경이다. 제발, 제발, 하느님. 짚차 운전자들이 달려가고, 가이드가 달려가고.

부축해 내려와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무사하기를 비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들이 어수선하게 교차하면서 전(前) 대통령이 죄인들을 강제 노역시켜 여름 별장 지대로 조성했다는 그림같이 예쁜 오아시스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와차카막 오아시스에 있는 우리의 호텔 MOSSONE로 귀환했다. 추선생님도 엑스레이 결과 다행히도 팔꿈치 뼈에 금이 간 정도의 부상이어서 치료를 받고 깁스를 한 채 호텔로 돌아왔다.

 

  사막 사파리

 

  사막 사파리 

 

  사막 사파리

 

  사막 사파리

 

  사막 사파리

 

요란한 체험활동(경비행기, 짚차 투어, 사막 모래썰매 타기)의 하루가 오아시스의 바람과 함께 어두움 속으로 가라앉는다.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는 기분도 묘하게 착잡해진다.

9시에 오아시스 옆 야외 까페에서 파티가 열렸다. 각종 맥주와, 팝콘을 비롯한 이곳의 특색있는 안주들이 식탁에 가득 차려졌다. 운치있는 음악이 흐르고, 여행의 막바지 밤이 갖는 아쉬운 애수가 오아시스 호수면으로 흔들려 간다.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 야자수 그림자가 아름다운 선율에 답한다. 파티에 잠깐 참석했다가 밤바람이 차갑고, 딱딱한 의자가 허리에 무리가 되는 것 같아 신영씨만 남기고 혼자 방으로 돌아왔다.

밤하늘의 달빛이 유난히 밝아 사구에 오르고 싶었다. 어둠에 가린 사구 능선의 구불구불한 예술적인 곡선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 교교한 상현달이 비치는 사막의 특별한 정취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몸은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다.

침대에 눈 감고 누워, 상상 속에서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의 한가운데로 교교히 쏟아지는 달빛을 받는다. 달빛에 온 몸이 젖어 두둥실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사막의 어디엔가 숨어있을 연금술사를 찾아,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을 찾아 꿈속으로 달려간다.

 

 

 

오늘의 일정 : - 7시 호텔 출발, 버스를 타고 나스카로 이동

             - 경비행기로 나스카 지상화 관찰

             - NIDO DEL CONDOR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

             - 이카로 귀환

             - 와카치나 사막 짚차 사파리, 사구에서 모래썰매 타기

             - 오아시스 까페에서 파티 후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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