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솜다리

아르헨티나(2) - 칼라파테 본문

북,남미/중남미 5국

아르헨티나(2) - 칼라파테

oneplus 2011. 8. 2. 16:42

 

9일차 (1/20. 토) 아, 파타고니아! 그 광활하고 황량한 대지

 

7시 모닝 콜인데 6시에 깼다. 아메리카 대륙 남단 파타고니아 산악, 빙하 지역에 필요한 겨울용으로 짐을 분리하여 싸야하기에. 공간 이동만이 아니라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 이동도 해야 한다.

아침 식사로 먹은 햄구이와 보리바게뜨가 담백하고 고소했다. 인스턴트 된장국으로 속을 풀고 사과로 컨디션 조정을 했다.

칼라파테로 가기 위해 공항가는 길에 차창으로 본 법과 대학 건물이 룩소 신전의 대형 기둥을 닮아 인상적이었고 그 옆의 공원에는 개인이 6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대형 튤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낮에 잎이 벌어지고 밤에 오무라든다니 그 모습을 가까이서 못 보아 아쉬웠다. 어제 도시로 들어오며 보았던 낚시협회 건물은 버스에서 내려 자세히 보았다. 1902년에 라플라타 강 위에 건립했다는 이 건물은 모양도 아름다웠지만 나무 다리처럼 만든 긴 방파제 끝에 건축한 것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다리는 철도 침목처럼 생긴 깨우락지라는 이름의 나무로 만들었는데 100년이 넘은 깨우락지는 물에 가라앉지 않고 태울 경우 6시간 넘게 불에 타는데 타고 나면 숯으로 남으며 못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여 못을 쓰지 않고 홈을 파서 끼워맞추기식으로 조립한 것이라고 한다. 바캉스철이 아닌 주말에는 요트가 이곳에 가득하다 하는데 바캉스철이라 한산했다.

 

라플라타 강과 낚시협회

 

공항에 도착하여 11시 20분발 AR2694 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좌석이 최악이다. 단체로 보딩 패스를 받아서 좌석을 맨 뒤로 몰아놓은 것이다. 스튜어디스 작업 공간을 없애고 창문이 없는 맨 뒤까지 의자를 붙여 좌석을 확보한 비행기였는데 우리일행의 좌석은 그 맨 뒤에서부터 차례로 앞쪽으로 29석이었다. 날개가 앞을 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엔진통이 있어 끊임없는 소음, 설상가상으로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풍긴다.

우리가 탄 이 비행기는 바릴로체를 경유한다고 하는데 오른쪽으로 안데스 설봉과 아르헨티나 호수를 전망하기에 좋다고 하여 기대가 많이 되었다. 다행히 오른쪽 창가 좌석이긴 하나 최악의 조건이라 사진은커녕 이 소음과 냄새를 과연 견뎌내려나 걱정된다. 바릴로체는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며 신혼여행지로 유명할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고 날씨가 좋다고 한다.

2시경 바릴로체 공항에 30분쯤 정차했는데 유명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또 많이 탄다.공항은 작고 소박하다. 칼라파테 공항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에서 대륙 남단 푼타 아레나스까지 진출하여 거기서 배를 타고 대서양으로 나갔다고 한다.

불편한 교통으로 인해 파타고니아 지역은 인간의 접근을 어렵게 했고 그래서 태초의 생성 이래 원초적 모습 그대로 오염없이 존재하고 있는 이곳을 우리는 더욱더 신비의 땅, 가보고 싶은 꿈의 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파타고니아 지역의 소개 글과 사진을 황홀하게 보았던 그때부터 내 마음 안에 자리잡아 꿈꾸게 되었던 그 파타고니아에 가기 위해 난 사육장에 갇힌 짐승처럼 꼼짝 못하고 이렇게 앉은 채 부지런히 날라다 주는 기내식 샌드위치을 씹으며 있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데 이런 불편쯤이야.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칠레 두 나라의 남쪽, 콜로라도강 이남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파타고니아 안데스와 파타고니아 대지(臺地)로 나눈다.

파타고니아 안데스는 해발고도 3,500~3,600m의 높은 산들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으며 남쪽 끝 지역에서는 2,000m 안팎으로 낮아진다. 최고봉은 남쪽에 있는 산발렌틴 산(4,058m)이다. 그러나 중앙 지역은 별로 높지 않다. 이 부분은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많은 골짜기들과 산맥이 잘려나간 곳에 빙하호가 많이 생겼다. 태평양 쪽의 비탈면에서는 비가 많이 오고 삼림지대(너도밤나무가 많음)가 발달해 있으며 남부에서는 설선이 1,000m까지 내려온다. 해안에는 협만이 발달하여 굴곡이 심하고 섬이 매우 많다.

파타고니아 대지는 안데스 산맥의 많은 지맥이 대서양 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낮아진 대지이며 해안에 낭떠러지가 솟아 있는 곳이 많아 해안선은 단조롭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서풍이 안데스를 만나 비를 다 뿌리고 건조한 바람만 가지고 넘어와 건조하고 한랭한 사막기후가 탁월하며 키가 작은 풀만 무성한 초원, 팜파스를 만든다. 산맥이 수그러드는 남쪽으로는 황폐한 들판과 역질의 사막이 펼쳐진다. 겨울은 몹시 추우며 남단부에서는 연 평균기온이 섭씨 5도까지 내려간다. 따라서 경작에 적합하지 못한 지역이 광범위하여 목축, 특히 양과 소의 방목지대가 압도적이다.

최근 코모도로리바다비아에서 석유개발이 시작되면서 파타고니아 지역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알루미늄, 석탄, 철광석 등 미개발 광물자원이 많고 수력자원, 어업자원 또한 풍부하다. 이 밖에 안데스 산록의 많은 호수를 중심으로 관광 산업도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비행기로 내려다보는 파타고니아 지역은 위의 설명처럼 동,서의 자연 환경이 확연이 구별되어 차이가 난다. 왼쪽으로는 광활한 대지가 황폐한 사막의 누르스름함으로 빛나고 오른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의 산 봉우리들이 꼭대기에 만년설을 인 채로 이어져 아름다운 연봉을 이루며 그 아래로 가끔씩 몸을 드러내는 호수, 호수의 물빛이 다양하다. 넋을 잃고 설봉들을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안데스 산맥

 

4시간이 후딱 지나 어느새 비행기는 깔라파테 공항에 착륙하였다. 시골의 한가한 간이역 수준의 공항의 활주로가 뻗어나간 끝자락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는 바다같은 아르헨티노 호수가 푸르게 넘실댄다. 공항 주변은 황량한 사막 벌판이다. 호수물이 넘치도록 찰랑대지만 비가 적은 지역이고 호수는 빙하가 녹은 차가운 물이라 대지를 적시고 식물이 자라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사방 벌판에 언뜻언뜻 구별하기 어렵게 키낮게 엎드린 들국화, 민들레, 낙타풀같은 이끼류의 식물들은 은은한 노랑, 흰색을 띠는 흙빛을 닮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과 하나되어버린 벌판이 주는 느낌, 바람만이 스치듯, 휘몰아치듯 황량한 이런 곳이 나는 미치도록 좋다. 생전의 내 고향이 이런 곳이었나? 지난 여름 중앙아시아의 카람코람을 지날 때에도 그 척박함, 황량함을 난 얼마나 사랑했던가?

이곳 깔라파테에 공항이 생기고 비행기 정기 노선이 생긴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정도로 이곳은 인구 3,000 명 정도의 작고 소박한 도시이다. 현 대통령인 키르츠네츠가 이 지역 출신이어서 최근에 급속도로 개발되어 안데스 남단의 웁살라, 모레노 등의 빙하 지역으로 가는 반데라 항구와 피츠로이산군 트레킹 전진 기지인 엘 찰텐에 가기 위해 머무는 관광의 거점 도시가 된 것이란다. 걸어서 20분이면 다운타운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최근에는 여름철 성수기(11~3월)면 전 세계에서 몰려온 배낭여행자들로 붐비며 평균 1,000명 정도의 관광객이 연중 항상 머물다 간단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마을이 커지고 있고 마을 외곽에는 집짓는 공사로 인해 먼지와 소음이 떠날 새가 없다고. 조만간에 이곳도 구도시, 신도시로 나누어질 것 같았다.

 

칼라파테 전경

 

공항에서부터 황량한 대지를 차로 30분 정도 달리니 오밀조밀 집들이 귀엽게 들어선 마을이 나타났는데 마을 입구부터 흐드러지게 핀 각종 꽃들과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길 양옆 미루나무가 인상적이다. 파키스탄의 장수마을, 훈자 지역의 특징도 바로 이 미루나무였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퇴출된 동요 속의 미루나무가 이곳에서는 마을의 운치를 더하는 소중한 나무로 자리잡고 있어 반가움이 더했다. 마을의 집들은 작고, 낮고, 예쁘게 오밀조밀한게 마치 동화 속 세상에서처럼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

POSADA LOS ALAMOS라는 중심부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 유일의 특급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빨간 벽돌에 뾰족 지붕을 한 미루나무 숲의 호텔과 주변 조경이 너무 예쁘다. 잔디밭에 놓인 나무 의자 하나도 예사로운 것이 없다. 또한 호텔은 로비, 복도, 홀 등의 내부 인테리어가 아주 격조있고 운치있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린 139호실, 잘 가꾼 잔디가 있는 뜰이 창으로 내다보여서 시원하고 마음에 든다.

 

 Los Alamos Hotel

 

 Los Alamos Hotel

 

이어 짚차 투어에 나섰다. 짚차로 광활한 파타고니아 고원 지대를 달리며 일대의 경관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18시인데도 대낮같이 환하다.

우리의 운전 기사는 마르틴. 방년 24세의 미남으로 특히 눈이 소년처럼 예쁜 수줍음 많은 청년이다. 아슬아슬한 경사길, 푹 파인 굴곡많은 off road를 짚차는 먼지 풀풀 날리며 달린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곡예하듯이 오르내리고, 도저히 내려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급경사길을 내려가기도 하면서 스릴 만점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먼지를 막으려고 마스크를 하려고 하자, 마르틴 왈 “mineral massage pack"이니 쐬면 피부에 좋고 더 예뻐진다고. 그럴듯해 마스크를 치웠다. 청정지역인 이곳에서 순수한 자연 바람, 자연의 흙가루를 맞은들 대수랴? 오히려 즐길 일이다.

마르틴과 말이 잘 안 통해도 감으로 알아채서 반응하고, 소리지르면서 우리 일행 5명(추정자, 김인회, 안혜숙 샘과 우리 부부)은 마냥 유쾌해했다. 마꾸꼬 사파리보다 한결 스릴있었다.

‘여우’같이 생긴 야생 동물도 2번이나 보고, 깔라파테 열매도 따 먹고(이제 이곳으로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짖궂고 익살스러운 운전 기사들에게 꽃도 선물 받고 운전 기사와 탱고 춤에 뽀뽀 세례까지 받았다.

짚차는 계속 이동하면서 우리가 감동받을 만한 장소에 세워 주었는데 구릉에 올라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도로를 달릴 때 차창으로 보았던, 길 옆으로 바닥에 바짝 엎드린 모습으로 군락을 이루던 하얀 패랭이꽃, 이름모를 노란 색의 야생화가 좍 깔려있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탄성을 질렀다. 또,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 먼지바람 날리는 광활한 대지를 자동차가 달리고 이윽고 절벽을 앞에 둔 지점까지 왔을 때 무언의 시선을 서로 나눈 델마와 루이스가 두 손 잡고 억압에서 풀린 자유롭고 행복한 얼굴 표정으로 미소를 날리며 그대로 절벽 아래를 향해 자동차 악셀을 밟아, 달려오던 그 기세로 돌진하는 장면- 을 촬영한 장소에 서서는 그녀들의 해방감,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느껴보려고 두 팔 벌려 바람을 받아 안아도 보았다.

구릉지 꼭대기에 서서 바라본 대평원과 호수, 멀리 안데스 연봉의 설봉들은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때로는 지구의 원초적인 속살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태고의 장엄함과 신비스러움과 침묵 앞에 섰다. 그리고 석양에 기우는 햇빛을 받아 더욱 기묘한 빛의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대평원의 황막한 절경들을 오래오래 침묵하며 바라보았다. 비록 미국의 그랜드 캐년 만큼 웅장하고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노후한 느낌의 대평원의 황량함이 주는 감동은 내 마음에 매우 깊게 아로새겨졌다.

내려오는 길에 티타임을 가졌던 장소는 특이했다. 모자를 박아놓은 듯 풍화 작용으로 움푹움푹 패인 자국을 지닌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 낮게 깔린 앉기 좋은 바위들 옆으로 자라는 이름모를 관목들, 바위옆 숲길에 지천으로 열린 탐스럽게 익은 깔라파테(깔라파테 마을에 사람들이 정착할 초기의 이곳은 가시나무과의 거친 깔라파테만이 숲을 이루는 곳이었다고 함. 그래서 지역 이름도 깔라파테라고 함. 여름에는 노란색 작은꽃이 피고 가을에는 거무스름한 붉은 열매를 맺는데 딸기 맛이 나 잼의 원료로 쓰임 )나무의 까만 열매들, 이 열매를 먹으면 미혼인 경우는 이곳에서 사랑을 이루게 되고, 기혼일 경우는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지닌다. 우리가 먹는 간식 냄새를 맡고 먹이를 얻으러 온 늑대(?), 여우(?) 등의 야생동물들은 애를 썼으나 카메라에 안 잡혔다.

 

짚차 사파리 

 

짚차 사파리 

 

짚차 사파리 

 

 짚차 사파리 

 

 짚차 사파리(칼라파테 열매)

 

 짚차 사파리 

 

짚차 사파리

 

3시간에 걸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호텔로 귀환한 후 호텔 안의 운치있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일행 중의 회갑맞은 어른이 제공한 와인으로 축배를 든 후, 이어서 호박 색깔의 스프와 게살, 야채, 치즈 위에 크림소스를 얹은 라자냐,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 푸딩, 모든 것이 너무 맛있었다. 식당의 예술적인 인테리어(천장의 구조물과 전등, 사과와 이곳의 나뭇가지를 주요 오브제로 한 작품들)에 반하고, 고급스럽게 세팅된 식탁과 맛있는 음식에 반하고, 영어를 쓸 줄 아는 잘 생긴 종업원의 품격높은 서빙에 만족해 하면서 이곳 아르헨티나식 약 3시간의 저녁식사 시간 내내 귀족이 된 듯 흡족하고 황홀하고 행복했다. 인테리어, 그림, 각자가 그동안 가졌던 인상깊은 여행지 이야기 등을 주 화제로 하여 우리 팀은 식탁을 오래 지켰다. 저녁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다운타운을 어슬렁거리며 늦은 시간이어서 문을 닫은 선물 가게를 기웃거리며 내일 살 물건들을 점찍어 두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마태 차와 찻잔, 찻잔에 꽂는 막대, 분홍색 나는 이곳 생산의 준보석 돌로 만든 펜던트를.

 

토산품

 

 

오늘의 일정 : - 9시 공항으로 이동, AR 2694 편으로 바릴로체 경유, 깔라파테 도착

             - 점심 식사는 기내식

             - POSADA LOS ALAMOS HOTEL 139호 체크인

             - 사파리 짚차로 깔라파테 구릉 지대에 올라 파타고니아 산악 전망

             - 호텔 레스토랑에서 세트메뉴로 저녁 식사, 다운타운 산책 후 취침

 

 

'북,남미 > 중남미 5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레(2) - 파이네 국립공원  (0) 2011.08.03
아르헨티나(3) - 빙하지역 투어  (0) 2011.08.03
아르헨티나(1) - 이과수  (0) 2011.08.02
브라질(2) - 이과수  (0) 2011.08.02
브라질(1) - 리오  (0) 2011.08.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