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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2) - 파이네 국립공원 본문

북,남미/중남미 5국

칠레(2) - 파이네 국립공원

oneplus 2011. 8. 3. 09:57

 

11일차 (1/22. 월)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비경

 

남미 대륙의 땅 끝 마을인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 지역에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전 세계 베스트 50>에 당당히 선정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자연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기암절벽들 사이로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빙하 호수가 곳곳에 널려 있다. 이곳은 1978년 세계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해발 3050m 높이에 화강암 등 암석으로 이루어진 타워와 뾰족한 뿔모양의 지형들로 인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 국립공원은 예민한 생태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우와 퓨마, 과나꼬, 냔두 등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따라서 세계의 생태학자, 과학자, 환경운동가들이 이곳을 즐겨찾는다. 세계 오지 여행가인 한비야가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곳을 보기 위해 우린 출발을 서둘렀다.

 

7시 30분에 호텔을 떠나 칠레를 향한 버스가 깔라파테를 벗어나자 끝없는 팜파스 대평원이 펼쳐진다. 누리끼리한 색을 띠는 사막풀이 자라는 사막 평원은 지평선이 아득한데 저 멀리 구릉지는 하늘과 경계를 이루었다. 검은 색에 가까운 짙은색 사막풀 지대는 이집트에서 보았던 흑사막을 연상시켜 준다. 곳곳에 쳐진 울타리, 가끔 울타리 사이로 대문이 보이는 건 영토의 경계선 표시인가, 야생 동물 접근을 막기 위함인가? 길따라 철책이 끝도 없이 쳐져 있고 가끔 양떼, 소가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인다. 평원 사이로 나 있는 이 길이 40번 국도란다. 이 도로도 몇 년 전까지는 비포장이었다고 한다.

황량한 벌판을 4시간쯤 달려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이 있는 마을 쎄르로 가스틸료 마을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면 깔라파테에서 파이네 국립공원까지의 직선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이처럼 빙 돌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직선 도로가 없어서이기 때문이란다. 최근 관광객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편리를 고려하여 직선 도로 건설을 계획중이라고 하나 칠레 쪽에서 별로 달가와 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곳 깔라파테에 비해 파이네 공원의 숙박비가 엄청 비싸서 어쩔 수 없이 파이네 공원 안에서 비싼 숙박비를 지불할 수 밖에 없었던 관광객들이 경비를 아끼려고 아르헨티나로 나와 숙박을 하게 될 거고 그럴 경우는 칠레의 관광 수입에 막대한 손해가 따르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파타고니아 평원

 

국경에서 입국 서류를 작성하여 입국 수속을 밟고, 11시 40분쯤에 세관에 도착하여 세관 통과를 하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멋지게 생긴 칠레 현지가이드 크리스티앙이 스페인어, 영어를 번갈아 하며 점심 식사를 할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출입구 앞에 개성있게 생긴 커다란 인디언 목조상 2개가 서 있는 쇼핑 센터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간 EL OVEJERO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게살 요리 스프와 양고기, 감자, 야채토마토 샐러드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양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

새롭게 갈아 탄 칠레 버스에서 가이드는 칠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였는데, 지성미와 매력이 넘쳤다. 거의 자발성에 가깝게 노래를 신청받아 ‘If I go Chile.'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앙콜까지 받아 주었다. 전형적인 메스티조의 외모를 지녔고, 영어는 영국식이 강했다.

Sarmiento 호수에서 잠깐 차를 세웠다. 공기가 맑고, 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구름 사이로 타워, 뿔 모양의 봉우리가 만년설에 싸인 채 언뜻언뜻 스치듯 보여 그 유명한 산봉우리 전체를 볼 수 있도록 구름이 활짝 걷히기를 기원한다.

 

 파이네 국립공원 

 

사르미엔토 호수

 

한참을 더 달리는데 가이드가 차창 밖으로 손짓을 한다. 과나꼬다. 슬프면서도 고고한 품격이 보이는 얼굴, 그 얼굴이 노천명의 ‘사슴’을 닮았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그런데 과나꼬는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게 아니라 얼굴 표정 그 자체가 슬퍼 보이니 무슨 이유일까?

어른 평균키가 185~190cm 정도의 초식 동물인 이 과나꼬에 대한 인상을 사막의 하이에나와 대조시켜 사람의 품격으로 비유한 한비야의 글이 문득 생각난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시선을 굴려대며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얻어 갖기 위한 기회 포착의 순간만 노리는 야비한 인간(하이에나)에 비해, 얼마나 순수하고 순박하며 기품이 넘치는가!

떼를 지어 이리저리 들판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한 두 마리 풀을 뜯다 자동차 소리에 화들짝 놀란 눈으로 허겁지겁 도망가기도 한다. 산등성이를 줄지어 느릿느릿 걸어가는 과나꼬 실루엣은 사막의 사구를 줄지어 걸어가는 낙타떼를 연상시켜 준다. 그러고 보니 ‘소목 낙타과’에 속한다는 과나꼬는 그 생태나 얼굴 생김, 성질이 순한 낙타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공원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이 과나꼬는 야생으로 살아가는데 생존율이 10% 정도로 최고의 천적은 퓨마라고 한다. 자연의 치열한 먹이 그물에서 이처럼 순한 동물이 살아나가는 일은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것처럼 참으로 힘든가 보다.

 

  과나고

 

과나고

 

철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바닷물보다 3배는 더 짜다는 아마르가 호수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붉은색 플라멩고 한 무리가 호숫가 자갈밭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에메랄드 빛 물가 회갈색 자갈밭 위를 걷고 있는 붉은 색 플라멩고.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돋보이도록 하늘은 구름에 가려 주변 풍경의 색채의 채도를 높이면서 분위기 있는 배경을 연출해 준다.

파이네 강에 속하는 Paine 폭포에 이르렀을 때 주목이 아닌 검은 색을 띤 흑목(?) 고목이 온통 일대를 뒤덮고 있어 색다른 풍광을 만들기에 무언가 했더니 1995년의 대화재로 이곳의 나무들이 모두 타 버려 서 있는 채로 숯으로 변한 모습이란다. 타 버린 사이로 새롭게 자란 잡목들이 푸른 색으로 주변을 덮으면서 비참한 검은 숯나무는 오히려 미적으로 어울려서 돋보이는 존재로 되었다고.

파이네 폭포는 파이네 강이 절벽을 만나 ‘작은 악마의 목구멍’ 형태를 이루며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절경을 만들고 있다.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picnic area에 한 대의 캠핑카가 서 있다. 3,100 Km 떨어져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부터 이 캠핑카로 달려 이곳을 여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부부인데 이곳 저곳을 다닌 무용담을 들려주는데 자부심이 대단해 보인다. 캠핑카로 달리며, 숙식하며, 대륙을 마음껏 누비고 다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아무나 가질 수 없겠으니 당연해 보인다.

 

파이네 국립공원 입구

 

파이네 국립공원 안내도

 

파이네 폭포

 

2688m의 Co Fontoieze, 2243m의 Co Nido de Condor, 2600m, 2800m, 2850m의 Tore Norte, Central, Sur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이드가 지형의 특징을 설명하는데 흐린 날씨로 안개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하여 안타까왔다.

1억 2000만 년전 바다였을 때 마그마가 서서히 밀려올라와 굳은 위로 다시 퇴적물이 쌓였고 그 바다밑 대륙이 융기하여 솟은 위로 만년설이 쌓이고 얼어버린 만년설이 빙하로 쏠릴 때 땅의 일부가 깎아내려 이런 형태의 봉우리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Lago Pehoe 에서는 높은 위치라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호수를 조망했는데 강 물색이 높이, 각도에 따라 모두 다르게 보여 신비스럽게 아름다웠다. Lago del Toro에 이르러서는 점점 흐려오는 날씨로 인해 호수색이 수시로 달라지면서 느낌도 변했는데 고즈넉하고 우울하며 아스라한 그리움이 호수면 위로 피어나고 있었다.

햇살 찬란한 맑은 날이라면 비취색 호수면에 비치는 주변의 산봉우리 그림자들이 호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것이겠지만, 인공적인 요소가 하나도 가미되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흑백 영화가 주는 색다른 정취와 함께 대하는 감동이 워낙 커서 후두둑 듣는 빗방울만 아니면 더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었다.

그레이 강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출렁다리를 건너(6명 이내의 사람만 건너는 나무 다리) 숲으로 우거진 산길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갔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이들은 모두 서양인이다. 숲길이 축축하여 산길을 오르는 우리에게 더 많은 얘깃거리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고개를 넘으면 전면에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넓은 호수가 나타난다. 짙은 회색의 호수, 이름 그대로 그레이 호수이다. 멀리 맞은편 그레이 빙하지역에서 이곳까지 밀려온 조각조각의 얼음 조각들이 크게, 작게 호수를 아름답게 수 놓으며 출렁이는 물결에 휩쓸려 여기저기 떠다닌다.

동글동글 깎이고 닳은 색색의 예쁜 돌들이 방파제처럼 호수 이편에서 저편까지 깔려 있는데 돌의 굵기에 따라 걸을 때 나는 발자국 소리가 모두 다르다. 작은 모래에서는 경쾌하지만 작고 나긋하게 속삭이는 연인의 소리가, 자갈에서는 자존심 강한 낭만주의자가 흥얼대는 허밍 소리가, …….

납작한 자갈로 호수물에 수제비도 뜨고, 동글동글한 공기돌 5개를 색깔별로 줍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면서 방파제 반대쪽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비가 오다 말다 하는 사이로 언뜻 햇살이 나왔는지 걷고 있는 우리들 앞에 무지개가 선명하게 떴다. 우리의 일행을 반기기 위해 일부러 구름 속에 숨었다가 나타난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감격스럽고 반가왔다. 동화 속의 이야기부터, 과학 시간에 배운 무지개의 원리까지 무지개와 관련된 온갖 것을 다 생각해 보면서 방파제 끝자락에서부터 시작되는 트래킹 코스에 접어 들었다.

낮은 잡목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깔린 산등성이를 넘었다. 예쁜 길을 콧노래 흥얼거리며 천천히 걷는데 흐려서 걷기가 훨씬 수월했다. 드디어 벼랑끝에 섰다. 멀리 아스라히 빙하가 원근에 따라 채도를 달리하여 운치있게 바라보인다. 흐린 지금은 당연히 호수도 빙하도 회색이지만 맑은 날에도 회색으로 보일지 궁금하다.

 

  토레스 델 파이네 

 

  델토로 호수  

 

그레이 호수  

 

그레이 호수

 

일정에 쫓겨 정해진 곳만 맛보듯이 스쳐지나가는 이런 여행으로는 파이네 공원이 가진 진면목을 제대로 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처럼 걷기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종일 산책으로 소일하던가, 산 깊숙이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걸으며 전망대에서 휴식과 주변 조망을 함께 즐기는 것으로 2~3일 여유 시간을 갖는게 좋을 것 같다. 공원 횡단로뿐만 아니라 뒷면까지 하이킹 코스는 물론 트래킹 코스도 잘 개발해 놓아 오늘같이 흐린 날의 운치와는 대조되는 화창한 날의 주변의 기암절벽들 사이로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빙하 호수를 즐길 수도 있겠다. 우리가 묵을 호텔에는 골프장까지 갖추어 놓았으니 골프 마니아라면 이곳을 호화롭게 즐길 방법이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물론 전망좋은 한 곳에만 머물면서 주변을 바라보다, 지루하면 책 읽다, 잠 자다 그야말로 가장 한가롭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묵을 RIO SERRANO HOTEL은 방 키를 열쇠로 받았는데, 열쇠 홀더가 나무인지 감촉이 아주 좋다고 남편이 말하였다. 전자키만 받다가 열쇠를 받으니 기분이 새롭고 여유로운 마음도 생기는 것 같다. 방안은 한 벽 전체가 통유리 창문으로 되어 있어 침대에 누워 비가 흘러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니 창밖의 정경(오른쪽 초원엔 하얀 목책이 둘러져 있고 그 안에는 몇 마리의 풀을 뜯는 늘씬한 검정 말 세 마리, 저 멀리로 소들도 한가롭게 보이고 왼쪽 방향으론 산책을 유혹하는 자그만 오솔길을 지닌 숲이 있고, 그 앞쪽으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개울을 벗어난 숲 저쪽의 넓은 잔디밭이 골프장인가 보다.)이 너무 고급스럽게 운치있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의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처럼 여겨져 너무 호화로운 여행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스러움이 생겼다.

이렇게 비내리는 날 전망좋은 창가에 앉아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향 좋은 커피잔을 기울이며 센티멘탈한 상념에 잠겨보고 싶은 사치스런 꿈을 꾸던 어린 날도 있었지만 말이다.

로비에서 만난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모녀는 오늘 밤 여기에서 자고 내일 떠날 거라는 우리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이며 놀라워 했다. 밤에 들어와 잠만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나기에는 너무나 비싼 호텔이고 비싼 만큼의 이 호텔이 지닌 잇점을 충분히 누릴 수 없음은 너무 아까운 일이니 당연한 반응이리라.

지난 여름 파키스탄을 거쳐 쿤자랍 패스를 넘어 중국 서안까지 실크로드를 여행할 때 우루무치 미려화 호텔에서 늦게 체크인 하여 들었던 방에 문제가 생겼다. 지독한 페인트 냄새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새벽 2시가 다 되어 호텔측에서 옮겨 준 방이 그 호텔에서 가장 좋은 스위트 룸이었다. 거의 운동장 크기로 넓고 단단한 침대에 황금색의 화려한 인테리어, 분위기 있는 욕실 2개, 시설좋은 응접실. 내 생애 이렇게 고급스런 호텔방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거의 꿈을 꾸는 것 같이 황홀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방이면 뭘하겠는가. 2시 넘은 시간이니 피곤에 겨워 곯아떨어져 잠들었다가 5시 모닝콜 소리에 비몽사몽 그 방을 나왔는데. 오늘의 이 전망좋은 호텔도 내게는 그런 곳이다. 바깥 전망을 비스듬히 내다보다 씻지도 못한 채 그냥 잠들었다가 새벽 3시가 다 되어 간신히 일어나 세수와 샤워를 하였으니 말이다. 이 멋진 호텔에 맛있는 와인, 맥주, 칵테일을 파는 분위기 좋은 라운지도 있을 거고, 사우나 및 다른 오락 시설도 있을 텐데, 모든 것을 외면하고 잠에만 곯아떨어졌으니, 피곤한 나그네는 호텔에 대해 무례를 저지른 꼴이 되고 말았다.

 

 

 파이네 국립공원

 

 파이네 국립공원

 

 파이네 국립공원

 

 파이네 국립공원

 

파이네 국립공원

 

 

오늘의 일정 : - 7시 30분 출발. 40번 국도를 달려 아르헨티나에서 국경을 넘어 칠레

               로 향함

             - 칠레 국경도시 세르로 가스틸료에 11시 40분에 도착

             - EL OVEJERO에서 양고기 세트메뉴로 점심식사

             -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 아마르가 호수의 플라멩고, 구릉지와 초원

               을 달리는 과나꼬, 파이네 폭포, 포호에 호수, 토로 호수, 그레이

               호수

             - RIO SERRANO HOTEL 310호실 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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