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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
아르헨티나(4) - 페리토 모레노 빙하 본문
13일차 (1/24.수)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역시 세계가 인정할 만했다
5시 30분 기상. 아침 공기가 아주 맑고 상쾌하여 달콤하기까지 하다. 어제 내린 비가 오늘까지 계속될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활짝 갰다. 오늘 하루 여기 더 묵는다면 분홍색 목걸이도 사고 쏟아지는 남반구의 별자리도 여한없이 볼 텐데.
달걀 오믈렛과 씨리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아침 스트레칭도 열심히 했다. 그동안 잘 버텨준 내 허리, 내 체력에게 고마워하면서.
뭔지 모를 미진함을 이곳에 두고 떠나는 것 같다. 이곳에서 한가로운 한나절을 어슬렁거리지 못했기 때문인가? 그래도 여행 일정 중 깔라파테에서의 3일이 가장 여유있는 일정인데도 말이다. 나라와 지역이 달라지고 볼거리가 달라짐에 따라 특징들도 각양각색이어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허덕대듯이 바빴다. 좀더 느긋한 일정으로 이 여행을 즐기고 싶지만 시간과 경비와 코스가 정해진 단체 패키지로 여행 온 입장이니 욕심낼 처지가 못된다. 그러니 깔라파테 열매도 먹은 마당에 마음만은 이곳에 두고 갈 수 밖에.
8시에 모레노 빙하를 향해 출발했다. 깔라파테 마을을 빠져나가 만년설을 바라보며 아르헨티노 호수를 끼고 버스는 달린다. 전날 반데라 항구로 갈 때 가던 길을 얼마쯤 달리다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빠져 1시간 이상 더 달렸다. 강인지 호수인지 모를, 포플러 나무가 길과 경계선을 이룬, 강물을 왼쪽으로 끼고 달리던 버스는 공원 관리사무소를 지나 산길을 몇 번 오르내리더니 저 멀리 빙하를 볼 수 있는 전망 언덕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빙벽 앞으로 물빛이 너무 곱고, 하늘 위 뭉게 구름이 오늘의 전망을 최고이게 한다. 밝은 흰색으로 반짝이는 빙원 위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첩첩이 이어져 있고 리꼬 호수 왼쪽으로 우뚝 솟은 3개의 중첩된 산은 검은색 이마를 드러내고서 우람하게 버티고 서 있다. 저것이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이다.
Brazo Rico 호수를 가로질러 모레노 빙하 바로 앞까지 가는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유람선에 탑승하였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칼바람이 옷깃으로 스며드니 이제야 겨울맛, 빙하 지역에 온 기분이 살아난다. 모처럼 나들이 나와 배에 오른 현지인, 멀리서 세계적인 이 빙하를 보기 위해 허위허위 왔을 많은 관광객, 서너 살 정도의 푸른 눈이 깊은 어린 꼬마들까지 설레임과 흥분으로 들뜨고 있다. 배가 빙하 가까이 접근하자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들을 눌러대는데, 카메라는 신영씨에게 맡기고 난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꼼꼼하게 빙하를 관찰하며 감상만 하는 일을 택했다.
순백과 옅고 짙은 감청 푸른색의 빙하의 위용은 참으로 대단하다. 빙하 전면의 폭이 5Km 정도이고 빙원 길이가 50Km라니 거리 감각이 없어진다. 위로 보이는 빙하의 물위 높이는 70~80m, 물 아래 깊이가 110m이며 매일 40cm가 아래로 쓸려 이동한다고.
리꼬의 물은 마가쟈네스 반도의 흙과 더불어 얼어버려 서쪽의 반대편 호수와 막혀버렸단다. 그래서 물이 나갈 곳이 없는 강물의 수면은 점점 높아지고 검은빛을 띠는 왼쪽 산의 중간쯤 물이 차오르면 도저히 수압을 이길 수 없어서 오른쪽 수면이 낮은 Tempanos 강쪽으로 빙하를 밀고 터져 나간다고 한다. 4년 이상 예측할 수 없는 기간을 주기로 하여 이런 일이 생겨 사진작가들은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달씩 이곳에 머물며 눈독을 들인다니 지구의 종말같은 어마어마한 물난리가 일어나리라는 것,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진작가의 욕심, 충분히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지금까지의 양쪽 호수의 최고 수위차가 20m 정도였다니 그때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사진이 있을까? 누군가가 그 사진으로 그해의 사진상을 받았을 것 같다. 지금의 산자락의 물높이를 보니 당분간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 안심이다.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1시간쯤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 점심 무렵 Peninsula de Magallanes 언덕 위 주차장에 내렸다. 모레노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주차장은 만원을 이루고 산기슭 나무숲 사이로 난 비탈길 나무계단, 빙하를 잘 바라볼 수 있도록 설치한 곳곳의 전망대에도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역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페리토 모레노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상에는 3개의 주봉이 나란히 만년설을 이고 있으며 그 밑으로 아득히 햇빛에 빛나는 흰 빙원, 푸른 하늘 아래로 50Km 길이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이 속살을 드러낸 채 그렇게 누워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빙하의 끝 쪽으로는 송곳 같은 수 만 개의 봉침이 솟아 오르고 그 갈라진 틈새로 푸른 기운이 싸늘하게, 날카롭게, 투명하게 퍼져나가는데, 때론 솟아오르기도 하고 때론 녹아내리기도 하면서 찬란히 빛난다. 정말 가슴 밑바닥까지 시원하게 얼어붙는 장관어린 풍경이다.
빙하가 잘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앉아 도시락 점심을 먹었다. 이들의 식사량은 언제나 넘치도록 많아 난 언제나 새 모이 정도 흔적도 못남기는 식사를 할 뿐이다.
식사 도중 천둥치듯 우르릉, 꽈다당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빙하가 갈라지면서 빙벽 일부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란다. 그때부터 우리 일행은 전망대에 붙어 서서 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빙벽에 맞추고 떨어질 것 같은 위치를 찾느라 기대감에 눈빛을 빛냈다.
빙벽의 갈라진 얼음 조각들은 위로, 옆으로 여러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조각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곳에 서서 보니 빙하 폭이 5Km라는 게 실감이 난다. 반도를 중심으로 왼쪽 리꼬 강쪽 빙벽과 오른쪽 빙벽을 합치면 그 정도는 충분하다. 갈라진 틈새로 빛이 산란되면서 감청색의 농담짙은 색유리가 옅은 코발트빛, 밝은 하늘빛으로 다채롭게 연출되고 물 아래쪽에는 거대한 활처럼 휘어진 동굴도 보인다. 동굴을 이루며 녹은 부분은 녹은 채로 얼어붙은 듯하다.
뿌드득, 또 빙벽이 갈라지는 굉음이 요란하다. 어디, 어디, 어느 쪽이 떨어질 것 같아? 서로 서로 물으며 살피고 있을 때 정면 왼쪽에서 거대한 덩어리가 얼음사태로 떨어지면서 뽀얀 눈가루가 휘날린다. 이어 따발총 소리, 천둥 소리를 동반한 강물의 소용돌이가 폭포처럼 일어나며 거대한 물보라와 더불어 하얀 포말을 이룰 때 물위에 떠 있던 하얀 얼음 조각들이 동심원을 이루며 가장자리로 쏠려 나간다. 해일같은 대단한 위력을 지닌 낙하이다. 하얗다 못해 시퍼런 얼음덩이의 추락은 공포감마저 자아낸다. 실제로 ‘1968년에서 88년 사이에 이곳에서 빙하가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파편이 주변 12Km까지 날아갔고, 그로인해 32명이 사망하였다.’는 안내글이 전망대 앞의 절벽에 세워져 있었다.
낙화가 아닌 낙빙이 이루는 천재 지변같은 장관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셔터 누르는 것을 잊고 탄성을 지르다 뒤늦게 셔터를 눌렀을 때는 1차 추락물이 지난 2차, 3차 얼음 가루 쓸리는 장면만이 카메라에 잡혔다. 저 아래에서 또 우뢰같은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우우~~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뛰어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하염없이 빙하를 바라보며 다음 차례로 떨어질 얼음벽을 점치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빙하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산책로는 모두 나무와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져 운치있었고, 주변의 나무, 숲, 들꽃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쪽 저쪽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간혹 우뢰같은 굉음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흥분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연은 쉼 없이 움직이며 살아 있다. 정지된 것 같기도, 죽은 것 같기도 하지만 섭리에 따라 끊임없이 생명 활동을 하고, 순환을 반복한다. 작고 미세한 풀잎의 떨림부터 이처럼 웅장한 이동, 분출, 추락까지. 문득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창조주의 위대함에, 자연의 오묘함에, 섭리에 순응하는 질서정연함에 경외의 마음이 들었다.
지구 온난화에 의해 이처럼 장엄하고 위력이 넘치는 빙하 지대가 점점 줄어들거라는 환경론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먼 반향처럼 웅웅 울렸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관어린 페리토 모레노가 주는 지금의 감동으로 그런 우려를 지우고 싶다. 눈과 귀와 마음 속의 느낌이 더 이상 어떤 것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모레노 빙하
4시 30분 예정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행 비행기 AR 2695를 타기 위해 깔라파테 공항으로 이동했다. 내 살아 생전 이곳을 다시 못 찾을 거라는 아쉬움에 차창 풍경을 눈에 넣고 또 넣었다. 비행기는 연착 출발이라 커피점에서 치즈 케익을 곁들인 커피를 마시며 오금동의 서 사장님 내외분과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드디어 이륙한 비행기가 1시간 45분 후 바릴로체 공항에 잠깐 내렸다가 또 2시간을 더 비행한 후인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 내렸다. 늦게 지는 태양 덕분에 상공에서 다시 파타고니아 지역을 내려다 보며 꿈같았던 4박 5일간을 되돌아 본다. 구름 위로 붉은 색 석양이 잠깐 보이다가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하면서 광야는 조용한 침묵 속으로 잦아들어 가고 있다.
여러 차례 비행기 탑승으로 트렁크에 하나 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집어던지고, 부딪치고, 무척 험하게 짐을 다루나 보다. 기계화되지 않고 사람이 운반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성병태 부부의 트렁크 하나가 손잡이가 깨져 나갔다. 또 다른 트렁크는 자물쇠를 억지로 부숴버렸단다. 분실물은 다행히 없다고. 우리 트렁크도 손잡이 부분 철제 프레임이 약간 깨진 것 같아 불안하다. 중간에 터져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11시 한식집 <비원>에서 갈비, 된장찌개, 밑반찬으로 한식 저녁 식사를 했다. 일행들은 무척 반겼지만 해외에서의 어설픈 한식을 무척 싫어하는 나로서는 칼칼한 맛이 아닌 된장찌개를 비롯한 어정쩡한 음식들에 손이 별로 가지 않았다.
다시 투숙한 EMPERADOR HOTEL에서 바로 잠들어 버리기에는 여행 떠난 지 한 달 이상의 아득한 시간이 흐른 듯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 그동안에 아쉬움이 너무 많아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2시 넘어 취침했다.
오늘의 일정 : - 8시 출발. 페리토 모레노 빙하
- 전망대에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
- 깔라파테 공항에서 6시 AR2695로 이륙
- 바릴로체 경유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 22시 넘어 도착.
한식당 ‘비원’에서 저녁 식사
- EMPERADOR HOTEL 601호실 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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