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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1) - 산티아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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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1) - 산티아고

oneplus 2011. 8. 2. 11:02

 

5일차 (1/16. 화) 입국 심사장에서의 해프닝을 잊지 못할 산티아고,

                 그리고 리오

 

비행기는 9시간쯤 날아 15일을 지나 중미에서 남미로 진입하여 16일 아침 8시 40분에(-12시간의 시차, 멕시코시티보다 2시간 빠른 시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아르투로 메리노 메니테스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멕시코시티 출발이 50분 이상 늦어져 산티아고 시내 관광이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을 당겨 도착하여 무리없이 일정이 진행된다 싶어 신났다. 떠나기 전 읽은 여행기에서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보행자 거리가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고 예술성 돋보이는 건축물, 조형물이 볼거리라는 부분에서 비행기 갈아타는 덕분에 덤으로 이것들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은근히 시내 관광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항 입국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맨 처음 입국 심사를 받던 신영씨가 여권과 서류에 조사할 게 있다며 특별방으로 안내된 뒤 소식이 없는 것이다. 다른 일행들은 모두 무사히 심사를 마치고 칠레 땅에 서 있는데 말이다. 이유를 물어도 구체적 설명없이 무작정 기다리란다. 그들은 영어에 서툴고 우리는 스페인어에 서투니 의사 소통도 안 되고 답답할 지경이다. 별의별 안 좋은 상상들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주책같은 일행 중의 농담같은 말 한 마디가 내 속을 휘저어 놓는다. ‘국제 범죄 조직과 관련된 여권 아니야?’‘내 남편 돌리 도.’라는 농담으로 응수했지만 ‘이 자식아, 여태 멀쩡하던 여권이 왜 하루 아침에 국제 범죄 조직원 것으로 둔갑하냐? 말이면 단줄 알아?’라고 욕해 주고 싶었다.

20분 이상을 상황 설명 없이 질질 끌고 있는 직원들을 닦달했더니 이번에는 우리 모두의 여권을 걷어 달란다. 이렇게 되면 우린 산티아고 시내 관광을 못하는 거다. 더더욱 애가 탔다.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데려오라고 소리친 끝에 겨우 나타난 젊은 직원의 말인즉, 우리가 공항세를 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이런, 이럴 수가. 결국 돈이다. 치사한 돈. 출국할 때 낼 거라고 오해를 푼 후에야 여권을 돌려받은 신영씨가 나타났다. 오오, 여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칠레 땅에 묶여 영영 이별하는 줄 알았잖아. 과장된 농담으로 상황이 해결된 것을 기뻐하긴 했지만 직원들이 업무 착오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들 행정 체계의 문제 때문이라고 여겨져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결국 신영씨는 우리 일행을 대표해 곤욕을 치른 거다. 개인 여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해프닝 끝에 간신히 산티아고에 입성하여 시내 관광에 나섰다. 이곳에서 Tour할 수 있는 시간도 2시간 정도밖에 안된다. 산티아고는 란칠레 항공의 거점도시이기 때문에 항공스케줄상 반드시 들러야하는 곳이긴 하지만 칠레의 수도라는 상징성 외에는 관광지로서는 실제로 볼 것이 별로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우리에게는 어디 그런가? 건물 하나, 나무 한 그루, 길거리의 사람 하나도 모두 볼거리인 것을.

스프링클러로 가꾼 가로수가 예쁘게 서 있는 유럽풍의 주택가를 통과해 인공으로 조성했다는 숲이 우거진 산 크리스토발 언덕으로 올라갔다. 일명 ‘남산’이라고 하는 이곳은 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산티아고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므로 산티아고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는 5,000m 이상 되는 안데스 산맥이 통풍의 길을 가로막고 이곳이 해안 산맥 사이의 해발고도 520m 분지에 위치해 있어 항상 스모그와 안개로 가득한 도시라는데 우리가 올랐을 때는 상쾌한 공기, 예쁜 꽃향기, 숲의 향기와 더불어 행운처럼 시내가 한눈에 바라보였다.

시내는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지어 잘 가꾸어서 보기에 시원했는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서부터 계획 도시로 만든 것이란다. 산꼭대기에는 대형 성모마리아 상이 시내를 향해 두 손을 인자하게 늘어뜨린 자세로 서 있고 경사진 그 주위는 계단으로 처리하여 계단마다 꽃밭으로 잘 가꾸어 놓아 무척 아름다웠다. 이 마리아상은 리오에 있는 예수상을 제작한 작가가 만든 것으로 프랑스가 기증한 것이란다.

중턱에 있는 야외 까페에서 커피와 차를 마시고, 한국식 만두인 엠파나다를 맛보며 1시간쯤 여유를 즐겼다.

 

페루의 정복자 피사로의 막료였던 페드로 데 발디비아에 의해 1541년 건설된 산티아고는 칠레의 수도로 남미 제4의 도시이고 칠레 육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을 늘 볼 수 있다고 한다. 칠레는 다른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가톨릭 국가로 남미 중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유럽 색이 강한 메스티조의 비중이 크며 비교적 성격이 순하고 인종 차별이 거의 없는 나라라고 한다. 아울러 남미 국가들 중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되어 있고 치안도 안전하며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세계 5위)로 경찰이 청렴한 것으로 자부심이 강하고 교육도 잘 되고 교육열도 높다고 한다. 현재 대통령은 여성으로 우리 나라와의 관계도 아주 밀접하다고.

 

산 크리스토발 공원

 

 산 크리스토발 공원

 

산 크리스토발 공원

 

산티아고를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한 LA 772편은 4시간 10분쯤 날아 저녁 7시경(-13시간 시차, 산티아고보다 1시간 더 빠름)에 리오 데 자네이로의 갈레온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식인 beef rice에 손을 대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몹시 고팠는데 Frutos de Mar라는 해산물 요리 전문 식당에서 전채 요리로 먹은 새우살 스프가 너무 맛있어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해물을 속에 넣은 만두 튀김같은 것을 1개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러 메인 요리인 생선 구이는 너무 짜다는 이유로 거의 남기고 후식으로 나온 파파야 아이스크림은 신영씨에게 넘겼다.

 

식사를 마치고 10시부터 공연하는 삼바춤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은 시골 가설극장 같이 엉성해 보였는데 이 극장은 리오에서 유일하게 허가되어 운영하는 곳이라는 말답게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다 모인 듯하다. 몰려드는 피로와 허리 통증으로 뒷자석에 눕다가 일어나 엎드렸다가 힘들게 관람했지만 쇼는 훌륭했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남자들의 집단 율동인 ‘까뽀에라’는 브라질 전통무예로 상대편과의 대결 속에서도 팀워크를 중요시하고 조화․공존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남자 무희들의 반들거리는 단단한 몸매는 나를 매료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거친 듯하면서도 유연하고, 폭발적인 힘으로 다가와서는 감미로운 속삭임으로 녹여버리는 그현란한 손과 발놀림은 거의 환상적이었다. 또한 전통 민속춤인 돌멩이 매단 줄 돌리기는 신기에 가까웠다.

화려한 의상과 역동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춤, 정열적인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갖가지 삼바춤 속에서 화려한 브라질의 축제 뒤에 가려진 애환어린 그들의 삶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 오기도 했다. 삼바 여왕의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색의 깃털로 장식된 옷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였다.

   

쇼의 끝자락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와 함께 여행객들의 객기를 뽐내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일행 모두는 무대에 올라 성병태 회장님을 선두로 힘찬 월드컵 박수에 이어 아리랑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다소 촌스러운 프로그램이지만 일행 모두가 하나로 단결되는 순간이었고,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대표하려는 관광객들의 귀여운 애국심이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에 Intercontinental Rio Hotel 전망좋은 1234호실에 들어 48 시간만에 침대에 몸을 누이니 물 먹은 솜처럼 온 몸이 가라앉는다. 12시가 넘었다.

 

 삼바공연

 

삼바공연

 

오늘의 일정 : - LA 621 편으로 아침 8시 40분 산티아고 도착

             - 산티아고 산 크리스토발 언덕 산책과 티 타임

             - LA 772 편으로 오후 7시 리오 데 자네이로 도착

               시내에 있는 해물요리 전문 식당인 Frutos de Mar에서 저녁 식사

             - 삼바 쇼 관람

               - Intercontinental Rio Hotel 1234호실 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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