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솜다리

멕시코(1) - 칸쿤 본문

북,남미/중남미 5국

멕시코(1) - 칸쿤

oneplus 2011. 7. 31. 21:54

 

2일차 (1/13. 토) 카리브해의 신비에 접하다

 

잠이 영 안 온다. 하긴 우리 나라 오후 5~6 시인데 잠이 올 리가. 이 생각, 저 생각, 뒤척이며 컨디션에 약간씩 break 걸리면서 잠깐 잠들었는가 싶었는데 2시 50분. 신영씨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깼다. 공항에서 준 찰떡 먹고, 말린 자두 1개 먹고 물 마시고 3시에 다시 누워 1시간을 엎치락 뒤치락. 에라, 일어나자. 4시 30분부터 화장 마치고, 허리를 위한 스트레칭 하고 5시 모닝 콜, 6시 식사. 간단히 먹었는데 우유에 탄 시리얼 안 먹은 걸 후회해야 하나?

7시 출발. 공항은 10분 거리이다. 공기는 상쾌한데 다소 쌀쌀하다. 멕시코 칸쿤 용 옷차림과 겨울 옷차림이 공항의 기능(환승)에 어울리게 다양하다. 히스패닉들은 일도 여유있게 즐기면서, 급할 것 없이 한다. 잡담하며, 주변 살피며, 웃으며…….

트렁크 무게 달고, 화물 운송장 붙이고, 검색대 통과, 칸쿤행 MX 947 Y(멕시카나 항공). 17 C석, F석. 짧은 영어로 부탁하며 부부가 나란히 접수했는데 좌석을 떨어지게 주다니, 여행도 안 해 봤나? 괘씸하네. 123번 gate에 8시 50분까지 오라는데(출발은 9시 30분) 할 일이 없어 책 읽을까, 기도할까 생각한다. 카리브 해에 면한 휴양도시 칸쿤이 어떤 곳일까 미리부터 궁금하다.

 

비행기는 30분 연착되어 10시에 출발했다. 어제 못잔 잠 보충하려 눈을 감았는데 위장 상태가 별로 안 좋다. 옆에 앉은 강 차장과 얘기하며 오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눈이 빡빡하다. 기온도 차차 더워진다. 적도 가까이 내려가고 있는게 실감이 난다. 점심 식사는 기내식으로 생선 오믈렛과 sprite. 간식은 apple juice.

4시간 10분쯤 비행한 시점에서 칸쿤 도착 20분 전부터 창밖으로 구름, 하늘,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F석이 창가였다. 도착 10분 전쯤에는 온통 아래가 밀림. 푸른 숲이었다. 침엽수림인가 했더니 그도 아닌 특이하게 휘어진 백양목 비슷한 나무들. 저게 정글이라는 거지. 멕시코 정글. 그 사이로 조금의 비뚤어짐 없이 구획된 일직선이 쭉쭉 뻗어있어 신기해 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고속도로라는 걸 알고 놀랐다.

 

멕시코의 칸쿤(CANCUN)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르른 하늘과 산호가루로 형성된 순백색의 눈부신 모래 사장이 펼쳐져 있는 해변, 아름다운 크리스탈 블루빛의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바다, 보석같은 열대어, 여러 색깔의 산호가 모여 있는 해변 도시이다. 거기에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산호 산맥이 이곳 칸쿤에서부터 온두라스까지 이어져 있어 해저경관 역시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칸쿤’은 원주민이었던 마야족의 언어 ‘칸쿠네(Cancune)’를 줄인 말인데, ‘무지개가 끝나는 곳에 있는 매’라는 의미라고 한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칸쿤은 영국, 프랑스의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던 해안이었는데, 1970년대 멕시코 대통령 로페스 포르티요 집권기에 뱀투성이의 밀림을 개간하여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매년 몰려드는 미국을 비롯한 인근의 돈 많은 휴양객들로부터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이 국가 수입의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성공적인 개발 사업이었다며 남기성 가이드는 입에 침을 튀기며 집권자의 혜안을 칭찬한다.

지역적으로 멕시코 남동부 칸타나로오 주에 있는 휴양 도시로 마야 문명의 근원지인 유카탄 반도에 위치해 있는데, 반도의 북동쪽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 지대와 멕시코 본토(센트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지역은 2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실제로 휴양지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이슬라 칸쿤이라고 불리는 L 자형 모양의 섬인 호텔 지대이다.

동서의 길이 400m에 남북 길이가 23Km에 달하는 호텔 지대는 근대적인 해변에 세계의 유수한 호텔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으며, 여인의 섬, 커리비안 해, 니추뻬와 보호르께스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세계 유명 메이커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쇼핑몰과 최고급 레스토랑이 있어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공항은 이름에 걸맞게 각국 관광객들로 출입국장이 북적이고 있었고, 옷차림들도 원색의 민소매, 반 팔 티셔츠, 반 바지 차림들이고 자유로움이 넘쳐났다. 버스를 타고 매리어트, 힐튼, 그랑벨리아 칸쿤 등의 호텔들이 각각 개성있고 멋진 모양으로 죽 늘어서 있는 호텔 지대로 들어섰다. 우리는 호화롭게도 물가가 하늘을 찌른다는 이곳 호텔 지대의 Hyatt Cancun Caribe Resort에 묵게 된다. 갑자기 크루즈 여행을 하는 귀족이라도 된 기분이다.

작년, 재작년 엄청난 허리케인의 강타로 이곳 125개 정도의 호텔들이 굉장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며 실제로 보수 공사뿐만 아니라 기초 공사부터 다시 하는 호텔들이 많이 보였다. 반도 모양의 섬의 거의 끝자락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가이드가 체크 인을 하는 사이 우리 일행 몇몇은 성급한 마음에 로비를 빠져 나가 정원을 지나 해변으로 나갔다. 날씨는 다소 흐렸고 바람이 무척 강하다. 모래는 한없이 보드랍고, 끊임없이 다가오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여긴 카리브해라고 속삭이며 우리를 유혹한다. 이틀에 걸쳐 날아온 이곳이 꿈에도 그리던 카리브해더란 말이지? 내 생애 올 수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그 바닷가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믿기지 않는다. 마냥 황홀해진다.

일행들은 5,6층 전망좋은 방에 들었는데 우린 1층(3119호실). 정원에 가려 바다가 내다보이지 않는 방이라 다소 불만이었지만 바람 소리같이 요란한 저 소리가 파도 소리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수용이 된다.

대학 시절 내 고향 바다가 불러대는 소리에 방학을 맞아 강릉 집에 가게 되면 집보다 먼저 찾던 경포 해변의 파도, 언젠가는 지척에 있는 집에는 연락도 않고 귀향길 그대로 없는 용돈에 해변가 숙소에 들어서 문을 열어놓고서 밤새 어두운 바다를 응시한 채 파도 소리 들으며 잠못 이루던 일도 있었는데 그때의 파도 소리가 추억처럼 겹쳐진다. 그때의 젊은 객기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내 열정은 세월이 지났다고 한들 어디로 갔겠는가. 내 발광과도 같은 환호에 남편도 조금씩 전염이 되어가는 눈치다. 그래, 마음껏 일상을 탈피한 일탈의 시간들을 가져보는 거야. 그게 바로 여행지에서 가져볼 수 있는 매력이자 낭만 아니겠어?

저녁 식사 전에 웬만하면 바다에서나 정원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부는지라 참았다.

호텔 식당에서 멕시코 뷔페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얇게 부친 밀전병인 또르띠야에 각종 해산물, 비프․닭고기 철판 볶음을 싸서 소스에 듬뿍 찍어먹는 요리가 main이었는데 비프가 내 입에는 가장 잘 맞았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국식으로 요리한 거라면 단연코 해산물 주변만 맴돌았을 텐데 말이다. 멕시코의 특징을 살린 소스류, 개성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순례하며 여행의 재미 중의 하나인 음식 찾아 먹기의 재미를 듬뿍 누렸다.

 

관광지 관리를 아주 잘 하고 있는 이곳 칸쿤의 치안은 미국의 라스베가스보다 더 안전하다고 한다. 거리는 늘 축제 분위기로 출렁이며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운행하는 버스가 있고 밤 늦은 시간에 이 버스를 타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하고. 가게나 식당은 미화 달러를 주로 받는데 1달러 이하의 동전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소화도 시킬 겸 식후에 호텔가를 천천히 산책하다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건물과 건물로 이어진 안쪽의 쇼핑로를 따라 걸으며 상점마다의 특색있는 인테리어, 진열 방식, 각양각색의 관광객을 끄는 물건들을 구경했다.

시끄러운 컨트리풍의 라틴 재즈가 흐르는 까페로 들어갔다. 간판이 Banamex라고 되어 있는데 뜻은 모르겠고, 몇 개의 까페 중 입구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드는 리듬이어서 그 집을 선택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함성과 웃음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져 꽤나 시끄러웠다. 내부 인테리어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의 컨트리 음악을 연주하는 술집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용설란을 3년 이상 발효시킨 국가적인 술인 데낄라를 응용하여 만드는 이곳의 전통 칵테일인 마가리따를 시켰다.(2잔에 136페소 + 팁 2달러) 유리잔과, 담긴 칵테일의 색깔이 소박하고 맛은 깔끔했다. 멋모르고 홀짝 홀짝 마셨는데 알콜 도수가 꽤 높은가 보다. 은근히 취기가 오른다. 그들과 어울려 같이 춤추자고 신영씨를 꼬였지만 말을 안 들어 나 혼자 커다란 각종 외국인들 틈새에 끼어 신나게 내멋대로 춤을 추었다. 무대 위의 밴드도 신나고, 무대 위에 뛰어오른 사람도, 아래 홀에서도 연인, 가족, 친구들과 붙잡고 다양한 춤새로 자신들의 흥을 흔들어대는 그들 속에서 몸짓 작은 동양 여자인 나도 나의 흥을 토해 냈다.

서양인들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확실히 적극적이다. 나도 저 적극성을 못따를 것 없다고 생각했지만 2곡의 음악이 끝나고 나니 머쓱해져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음악의 흥겨움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로 나 자신이 맡겨지지 않는다. 아마 춤이 서툴러서이리라. 내 몸동작에 신경을 쓰다보니 어색하고, 동작이 끊기고 그리고 흥도 가라앉고....... 다음엔 기필코 라틴 댄스를 배워 여행지에서 기회가 올 때 주저하지 말고 삶을 즐기리라 생각해 본다.

 

11시가 다 되어 숙소로 돌아와 계속된 비행기 이동으로 인한 수면 부족을 보충하려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요란한 자연의 소음인, 바람 소리, 파도 소리가 이곳이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카리브해라는 생각을 자꾸만 일깨워 흥분되는 마음이어서 쉽게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약 3시간쯤 잤나 보다. 꿈꾸다 잠이 깬 시간이 새벽 2시 40분. 다시 잠들어 보려고 눈 감고 뒤척여 보지만 여전히 요란한 바람, 파도 소리에 더해 방안의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잠 들기를 방해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이것 저것 생각하다, 묵주기도 5단 바치고 나서,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 멀리, 그 많은 경비를 들이고 멕시코만 카리브해- 내 생애 다시 못 올 곳에 와서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누워 잠만 청하려 애쓰는 건 너무 아깝고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3시 40분, 해변으로 나갈 거라고 했더니 신영씨도 OK. 그 역시 잠이 안 와 혼자 수영할까, 해변을 걸을까 궁리중이었다고. 역시 우리는 잘 통하는 부부야.

그믐달이 하늘에 외롭고, 그 뒤를 30m쯤 뒤따르는 샛별, 금성. 그리고 울부짖는 파도, 흩어지는 하얀 포말. 말없이 파도를 삼키는 모래, 모래. 휘몰아치는 바람, 눅눅한 바람. 아! 바람. 그리고 적막하고 어두운

신영씨와 함께이면서도 혼자인 듯 하염없이 걷고, 또 걷고. 호텔을 수도 없이 지나쳐 끝간 데 없이 걸으며 충만한 기쁨을 누렸다. 얼마만큼 걷다 보니 우리처럼 잠이 안 와서인 듯 생각되는 어둠 속에서 수영하는 부부 한 쌍, 그리고 복싱 동작을 취하며 뛰는 젊은이 1명, 멀리서 두런두런 외치듯 혼자말 하는 남자 1명이 보인다. 그리고 우리 둘 뿐.

연애 시절의 열정을 닮은 진한 키스, 사랑을 불태우고 싶은 욕정을 느꼈다. 이 모래밭에서 - 그믐달이 지켜보는 모래밭에서 알몸으로 뒹굴며 포말을 마시며 광란적으로 정사를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말이다. 원색적으로 외치는 절정에서의 폭발음은 저 바람 소리와 함께 가장 강렬하고 솔직한 생명력의 분출 에너지로서 그 자체로 아름다움의 극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난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어. 낄낄 웃으며 신영씨와 그런 이야기까지 허물없이 나누며 5시를 넘겼다.

해변. 모두가 잠든 해변.

 

오늘의 일정 : - MX 947 LA 공항 10:00 출발

             - 멕시코 칸쿤 공항 오후 4시 30분 도착 (4시간 30분간 비행)

             - 호텔 지대에 있는 HYATT CARIBEN REAL HOTEL 3119호실,

               카리브해의 옥빛 해변을 즐김

             - 호텔 뷔페 식당에서 고급스런 분위기로 저녁 식사를 함

             - 식사 후 자유 시간(칸쿤 시가지 즐기기)

 

 

칸쿤공항

 

칸쿤해변

 

칸쿤해변

 

칸쿤해변

 

칸쿤야경

 

칸쿤야경

 

밤 마실

 

밤 마실

 

밤 마실

 

밤 마실

 

밤 마실

 

'북,남미 > 중남미 5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레(1) - 산티아고  (0) 2011.08.02
멕시코(3) - 멕시코시티  (0) 2011.08.01
멕시코(2) - 치첸이사  (0) 2011.07.31
미국(2) - LA  (0) 2011.07.31
미국(1) - 프롤로그  (0) 2011.07.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