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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남미/중남미 5국

미국(2) - LA

oneplus 2011. 7. 31. 10:37

 

1일차 (1/12. 금) 중남미 땅은 역시 먼 곳에 있다

 

오후 4시. Call-Taxi를 불렀으나 대기차가 없단다. 군 제대 후 2007학년도 복학 신청을 마치고 막 들어온 아들, 동현이가 먼저 나가 택시를 집앞까지 잡아 왔다. 겨울 날씨치곤 포근한 편이나 큰 트렁크를 끌고 큰 길까지 나갈 엄두가 안 나서였다.

그동안 혼자 지낼 동현이에게 이것 저것 챙길 것 반복, 당부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들을 믿기에 챙기는 것도 건성, 내 마음은 이미 여행길에 들어섰다. 이별의 포옹도 하는 둥 마는 둥 출발했다.

용산역 리무진 승차장이라는 행선지를 알리자 친절한 택시 기사가 날씨, 정세, 도로 사정 등 이런 저런 이야기로 기분을 좋게 해 준다. 4,600원 요금이 아깝지 않다. 평소에 택시를 거의 안 타고 그런 돈을 끔찍이 아까와하는 나인데도 말이다.

상도 터널을 나가서 한강대교를 건너니, 이제 집을 떠나는게 실감이 난다. 무려 2 년만에 중남미, 실현불가능할 것 같던 대장정이 시작된다.

용산역 리무진 대합실, 인천공항까지 왕복 23,000원(할인 3,000원 된 요금) 승차권 2장을 샀고 4시 45분발 버스에 승차했다. 한강을 끼고 마포대교 북단까지 다소 밀리더니 마포대교를 건너서부터는 잘 빠진다. 창가 의자 밑 스팀이 강렬해 여행중에 함께 할 주님께 감사와 무사함을 비는 기도 중 소르르 잠이 온다. 아마 그동안 우여 곡절을 겪으며 적당히 긴장하고 마음 졸였던 것이 출발을 무사히 하고 나니 안도감과 함께 마음의 끈이 느슨해지는 모양이다.

5시 조금 넘으니 서쪽 하늘에 일몰이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장엄하진 않다. 이어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 하류의 뻘밭. 언제 봐도 운치 있다. 사진 찍듯이 눈 속에 꼭꼭 챙겨 넣는다. 어두워 올 무렵이나 흐린 날의 뻘밭의 회색빛 색조, 몇 년 전 가는 비가 뿌리던 석모도의 갯가, 온통 마음을 휘저어 놓던 그 우수가 떠오른다.

 

10분전 6시. 인천공항 국내편 정차장에 내려 1층의 스낵 바(Welly & Snack)에서 우동과 김밥으로 간단히 저녁 요기를 했다.

- 제발 허리 안 아프게, 무사히, 즐겁게, 여행 잘 하도록 여행 내내 주님, 저희와 함께 하시고, 신영씨와 더불어 놀라운 추억,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 되도록 성령 가득, 충만케 해 주소서. 아멘. -

 

6시 15분 인솔자인 여행사의 강희옥 차장과 만났다. 거의 2년간 이번 여행으로 마음을 졸이고 애태우긴 강 차장도 마찬가지였기에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마음이 다 읽히는 기분이었다. 기내에서의 저녁 식사까지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배 고플까봐 준비했다며 떡과 쥬스를 준다. 그 섬세한 마음씀이 이번 여행을 열심히 준비한 그들의 노력으로 보여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여행 시작 전까지 행선지 조절로 찜찜하던 기분을 떨어버리게 해 주었다. 그래,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시간의 흐름과 순리에 맡기는 거야. 그리고 난 편안하게 그 흐름에 편승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억지부린다고, 마음 졸인다고 안 될 것이 되지는 않아. 자연스럽게 즐기고 누리자는 편안함, 있는 것에서, 작은 것에서 큰 것을 걸러내고 발견해 내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겸손한 생각, 이것이 지금은 필요한 거야. 성숙해지기. 알았지? 홍선희.

 

Boarding 마치고, 출국 심사 후 롯데 면세점에서 산 sack, shists 찾아 정리하고 면세점 구간을 어슬렁거려도 7시 40분. 8시 40분 탑승 시간까지 앉아서 차분히 책 읽어야지 마음 먹어도 자꾸 주변이 살펴진다. 같이 갈 일행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번엔 의외로 신청자가 많아 2개팀으로 나누어 A팀 16명, 강희옥 차장 인솔, B팀 13명 주민경 대리 인솔, 난 강 차장 팀이 되었는데 동유럽, 이집트를 같이 갔던 추정자, 김인회 선생님이 이번에도 같이 가게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직 못 만났다. 나머지 일행은 언뜻 낯이 익어 보이는 분도 있었지만, 생각만 낯익다 싶지 모두 처음 만나는 분들이라 어색하고 불편하다. 우리 일행일 거라는 걸 테마세이투어에서 나누어 준 두툼한 자료집을 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슬금슬금 곁눈질로 살펴 볼 뿐이다.

 

KE 015. 55 C, D석에 앉아 9시 10분 정시 출발, 20분 이륙을 맞이했다.

비행기는 순식간에 1만 Km 상공을 날아 오르고 바쁘게 물 티슈, 땅콩, 이어폰, 종합 물품(양말, 칫솔, 안대가 끈이 든 주머니에 들어서)이 지급되고 이어서 물(or 쥬스), 비빔밥(or 쇠고기 덮밥)의 저녁 식사가 나왔다.

당연히 대한 항공의 명물인 비빔밥을 먹어야지. 그런데 전에 맛있게 먹었던 비빔밥 맛이 아니었다. 시각적인 모습은 그럴 듯한 나물이 탐스럽게 담겨서 구미를 돋구긴 했지만. 신영씨와 햇반 1개를 둘이서 나누어 비벼 먹었다. 전에 주던 된장국이 생각나는 미역국이었다. 아마 지금은 떠나는 여행 시작점이어서일 거다. 여행 내내 많이 그리워질 비빔밥일 텐데 말이다.

KAL이 서비스 좋고, 깨끗하고 편하긴 한데 의자 앞 공간이 넓은 게 내게는 이상하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10시 50분. 밥 먹고 나니 할 일이 없다. 묵주 기도 5단, 2시간 정도 자고, 운동 조금 하고 그리고 독서하고 날짜 변경선을 지나면서부터 어떤 내일(아니 오늘)이 기다리려나 벅찬 마음을 누르면서 아침식사로 단호박죽(or 달걀 요리)을 먹고, …… 그러면서 11 시간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을 날아 드디어 LA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현지 시간 오후 2시 45분. 서울보다 -17시간의 시차 지역이다. 디스크 증세인 뒷다리 엉치 부분이 자꾸 당겨(척추에 통증 완화 주사를 맞고 와서 통증은 거의 없지만) 신경이 몹시 쓰인다.

입국 절차를 끝내고 나니(기분 나쁠 정도로 까다롭다는 소문에 마음의 무장을 단단히 한 데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현지 시간 4시. 장용관이라고 소개하는 현지 Guide가 우리를 맞는다. 96년에 동현이와 함께 그 당시 LA 한인 성당에 근무하던 수녀 언니를 만날 겸 여행했던 곳이라 그 때의 좋았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왠지 거리 풍경이 반가왔다.

 

금요일 오후라서인지 헐리우드 지역을 향해 가는 10번 N-freeway가 무척 밀렸다. 중간에 UCLA 지역을 차창 밖으로만 보면서 가이드는 미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명문 대학들을 소개한다. UC 버클리, UCLA, 칼텍, 스탠포드, UC-..., UC-.... 등.

이 대로는 암반 지역이라 다른 곳과는 달리 고층 건물군이 가능하다는 것과 지진에 대비한 건물의 공법상의 특징들도 알려 줬다. 지하 기둥과 지상 기둥 사이에 강력한 고무로 받쳐 지진에도 버티게 한다는 등의.

비버리 힐스의 고급 브랜드 타운 로데오 거리에 일행을 내려 주었다. 10 년전 헐리우드 볼(야외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가느라 지났던 몇몇 거리와 지역이 지금도 낯익다. 벌거벗은 은빛 남자의 알루미늄 재질같은 조형물이 있는 4거리를 건너 영화 ‘귀여운 여인’촬영 장소였던 호텔 앞을 지나, 베네통, 불가리, 샤넬 등 명품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 어두워 오는 언덕길을 오르며 멋진 쇼윈도, 조명, 까페 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들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불성설, 우린 그냥 그 외곽 껍데기, 언저리에서 빙빙 돌며 힐끗거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국이라는 거대 강국 앞에 우린 언제나 이방인이고 주변인이듯, 상상할 길 없는 이곳의 부유한 삶은 구경도 제대로 할 길 없지만 구경하려는 생각조차도 사치에 해당하는 ‘낯섬’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거고 억울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냥 그런 삶이‘있다’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으로 지나가면 그만이다.

 

다시 헐리우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Kodak Theater 앞 red carpet이 깔리는 계단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상상 속에서나마 멋진 드레스, 턱시도를 입어 보았다. Chinese 극장 앞 광장에 새겨진 유명 영화배우들의 Hand mark, Foot mark를 둘러보며 자기가 알거나 좋아하는 배우 이름이 있나 열심히 찾아보고 길거리 보도블럭의 오성도 밟아 보았다. 미국에 처음 온 남편은 나와는 무척 다른, 분명 새로운 기분일 텐데 그 기분이 알고 싶다. 항공 일정 덕분에 덤으로 밟아보는 땅 아닌가.

 

한인 타운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기에 호텔에서나 전화해 보려던 원종애 씨 생각이 갑자기 간절해졌다. 이민을 떠난 지 5개월 쯤, 가기 전에 연락이 안 되어 만나지도 못했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아쉽고 섭섭하고 그랬는데 원종애 씨는 내가 얼마나 서운하고 원망스러웠을까?

‘비원’이라는 고기 뷔페 식당에서 고기 구워 어수선하게 대충 식사(가이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단히 뛰어난 식당처럼 얘기해서 기대했는데 실망스런 식사)를 마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에서 알아온 원종애 씨 번호로 전화했더니 의외로 쉽게 통화되고 곧바로 나왔다.

우리 부부는 일행과 헤어져 그와 함께 찻집으로 갔다. 늦은 시간이라 몇몇 문을 연 찻집 중에 찾아 간 곳은 온통 한국 아이들 투성이의 우리말 가득한 장소였다. 이민자 1,2세들인가, 아님 유학생들인가? 여러 생각들이 한꺼번에 엉키면서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약 3시간 쯤 회포를 풀며 이민 온 당사자의 적응기, 장래 계획을 들은 후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까지 마다않고 손수 운전하여 데려다 주어 고마웠고 12시쯤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10번 W-freeway →415 S → 센트리 → 우측 공항쪽 → 삼거리에서 좌회전 곧바로 우회전 → 직진 1 Km 정도 Hilton AP Hotel 거의 고생 안 하고 길을 잘 찾아 원 선생이 대단해 보였다.) 원 선생이 건넨 차 안에 있던 껌이 내 마음을 짠하게 했고 왠지 빈 손인 내가 미안해졌다.

“원종애 씨! 새롭게 시작하는 미국에서의 삶이 순조롭길,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어요. 그 리고 좋은 사람도 만나 외롭지 않은 인생 후반을 이루어가길 빌어요.”

우리의 객실인 5030 호실에 트렁크는 이미 와 있었고 우린 내일부터의 일정을 기대하면서 12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의 일정 : - 인천 공항 KE 015 21:10 출발

- LA 공항 14:45 도착(10시간 35분간 비행)

- 비버리 힐스, 헐리우드 지역 관광, 한인 타운 ‘비원’에서 저녁 식사

- 공항 옆 Hilton AP Hotel 5030호실 투숙

 

 

귀여운 여인 촬영지

 

비버리 힐

 

아카데미 시상식장 주변

 

코닥극장 입구

 

영화인 사인

 

나탈리 우드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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