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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아(1) : 시기나기 본문

유럽/코카사스 3국

그루지아(1) : 시기나기

oneplus 2011. 7. 12. 13:55

 

2010.10.09 (토) 4일차 : 와인의 발생지 그루지아

 

아침 7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둡다. 아침산책을 위해 숙소 앞의 언덕에 있는 마을로 올라간다. 어둠에 싸여 마을이 어렴풋이 보이고, 굵은 자갈로 포장을 해 놓은 언덕길을 올라 거닐다 보니, 건너편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마을인 쉐키가 여명 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햇살이 비추니 평화로운 시골의 정경이 드러난다. 골목길로 들어가니, 일터로 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고, 인사를 하니 환한 미소로 답을 한다. 새와 닭소리가 분주히 아침을 알린다.

 

 

오늘은 아제르바이젠에서 일정을 마치고 그루지아로 넘어 간다. 국경으로 가기 전에 쉐키 바자르에 들렀다. 재래시장이 주는 서민들의 활기찬 삶의 모습은 시장 구경을 하는 독특한 재미이다. 시장 규모가 제법 크다. 버스정류소에서 차를 기다리는 주민들, 달콤한 디저트 가게는 벌들이 날아들어 시식을 하고 있고, 갖 구운 빵을 비닐봉지에 담고 있는 아저씨, 고수, 가지, 붉은 무, 파프리카, 파 등 각종 채소류, 갓 따온 포도, 석류가 그득하고, 샤프란, 후추 등 갖가지 향신료, 적나라 한 정육점 거리, 복권을 파는 할아버지, 각종 생필품, 견과류, 의류 등 상점마다 상품이 그득하고 소리 높여 손님을 부르는 소리로 북새통을 이루는 시장에는 활기가 가득차다. 가슴에 훈장이 달린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생닭을 사들고 가고 , 생선가게에서는 갓 잡아온 생선을 고르고 있다. 양머리들이 넘쳐나는 푸줏간 사람들은 지나가는 우리를 향해 힘찬 외침과 웃음으로 익살스런 자세를 취한다. 시장 사람들 얼굴에서는 건강한 웃음이 넘쳐나고 사는데 신나서 어쩌지 못하겠다 는 긍정의 힘이 느껴진다. 쉐키 인근을 연결하는 버스들로 이 재래시장은 더욱 북적대고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실크로드의 교차지이며 중심 교역지였던 이곳이 현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바자르를 나와 국경으로 향했다. 나뭇잎이 무지하게 큰 단풍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국경으로 간다. 쉐키에서 2.5시간 거리에 그루지아와의 국경이 있다. 울창하게 자란 호두나무가 도로 양 옆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중간에 차를 세워 숲길을 걸으며 아제르바이젠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아쉬워하였다.

 

 

아제르바이젠은 카스피해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로 경제성장이 크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서민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이 높은 물가와 부족한 일자리로 서민들의 생활은 팍팍한 나라이다. 지정학적 으로 북쪽은 러시아연방, 서북쪽에 그루지아, 서남쪽에 아르메니아, 남쪽은 이란 에 둘러싸여 있고, 아르메니아와는 영토문제로 극심한 적대 관계가 있어 아제르바이젠에서 아르메니아로 직접 출입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적대관계에 놓여 있다. 러시아가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영토를 묘하게 분할함으로써 생긴 여러 문제로 복합적인 아픔의 역사를 가진 아제르바이젠을 뒤로 하고 국경을 넘어 그루지아로 갔다. 아제르바에젠 국경사무소는 지금 신축공사 중이다. 허름한 지금의 국경사무소 아래쪽에 짓고 있는 국경사무소는 마무리 단계로 내년이면 개장을 한다고 한다.

 

국경에서 출국절차를 마치고 현지가이드와 버스기사와 헤어지고 그루지아 국경 사무소로 향한다. 그루지아는 무비자로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그루지아 땅으로 들어서니 12시30분경. 그루지아에서의 첫 여정 시작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기독 교 국가로 들어오니 문화와 생활양식이 차이가 나고, 풍광도 많이 바뀐다. 2차선 도로를 달려가는 시골길은 포장상태가 좋지 않고, Bus까지 요동이 심하여 멀미를 하는 일행들이 나온다. 주변 농가는 아제르바이젠보다 더 허름하고, 서민들의 삶 의 모습은 더 궁색한 것 같다.

 

 

그루지아는 포도가 많이 생산되어 집집마다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고, 포도밭이 계속 이어진다. 그루지아가 포도주의 발상지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농가 문 옆에는 간이의자가 집집마다 놓여져 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주민들이 간간히 보인다. ‘가바자’ 마을 농가에서 그루지아 시골밥상으로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지구이, 야채, 양배추로 싼 만두, 통만두(육즙이 많음), 고기구이, House wine, 코냑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이다. 초청한 넉넉한 몸집을 가진 남성 4중창 단이 붉은색 상의를 입고 전통 악기를 틀며 중후한 음성으로 민요를 들려주고 ‘타마다’(그루지아식 건배)를 외치며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카케티 지역에 있는 ‘글레미’에서 첫 일정을 시작한다. 글레미(Gremi)는 카케티 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실크로드 대상들의 교역지로 번성한 곳인데 페르시아의 침략으로 수도를 텔라비로 옮김으로써 쇠퇴해버린 도시이다. 글레미 성채는 16세기에 지어졌으며 대부분 폐허가 되고 성채와 교회만 남아 있다. 언덕에서 홀로 서서 코카서스 산맥을 뒤로 하고 드넓은 평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카케티 지역 은 포도가 많이 생산되어 포도주 생산지로서도 유명한 곳인데 10월에 수확하여 포도주를 담는다고 한다. 전세계 포도의 종류는 약 4,000여 종이라 하는데 그루지아에서 500종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이곳 카케티 지방산이 최고의 와인 이라고 한다.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포도주 시음을 하고 수확이 끝나고 포도가 일부 남아 있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기도 하였다. 코카서스 지방의 최고 와인 농장이라는 씨난달리(Tsinandaly)가문의 저택을 방문하였다. 씨난달리 가문에서는 러시아의 황후가 배출되었고, 거대한 저택과 농장을 가진 그루지아에서는 유명한 가문이다. 입구에서 저택까지 200여미터나 되는 길 양쪽으로는 잘 가꾼 나무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저택은 그루지아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2층 건물로 붉 은색 벽돌과 회색의 돌을 사용하고, 흰색과 푸른색이 어울어진 발코니가 건물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다. 정원이 무척 넓고 우거진 나무사이의 산책길이 가문의 기품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저택 내부는 가문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사진 등을, 갤러리에는 미술품을 전시하며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었다. 저택 앞으로는 눈 덮인 코카서스 산맥 줄기가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어두워진 19시경 ‘시기나기’에 도착하였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불 켜진 마을의 야경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코카사스 평원 언덕 위의 작은 마을로, 여름에 무척 더운 곳으로 비교적 시원한 산 위에다 영주가 평원을 내려다보며 관리하기 위해 산 위에 성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에 급커브 구간 으로 대형 버스가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저녁식사 후 마을 산책을 나섰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마을의 거리는 평화롭고 운치가 있었고 작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오붓함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고 있었다. 마을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워 조용한 마을 분위기를 깨고 있었다.

 

 

쉐키 바자르

 

 

쉐키 바자르

 

 

호도나무

 

 

신축 중인 국경사무

 

 

가바자 마을에서 점심

 

 

글레미 성채

 

 

글레미 성채

 

 

시난달라 저택 입구

 

 

시난달라 저택

 

 

코카사스 산맥

 

 

시기나기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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