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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젠(2) : 쉐키 본문

유럽/코카사스 3국

아제르바이젠(2) : 쉐키

oneplus 2011. 7. 12. 11:53

 

2010.10.08 (금) 3일차 : 옛 영광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바쿠 - 마라자 - 쉐마카 - 쉐키가 오늘의 일정이다. 쉐키 까지는 385km.

바쿠 외곽으로 나가기 위해 중심가를 통과한다. 출근 시간대 러시아워는 여기도 마찬가지로 시내로 들어오는 차들로 2차선 도로가 계속 막히고 지체된다. 시내를 빠져나와 북쪽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시 외곽으로 나오니 시내 고층빌딩, 유럽풍 의 건물과는 거리가 먼 서민들의 삶이 배어있는 풍광으로 서서히 바뀐다. 대중교 통으로 노선별로 다니는 봉고형 차가 대부분이다. 마을 정류소마다 만원인 버스를 타기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다. 출근을 하느라 분주하고 시내로 향하는 차량 행렬 은 끊임이 없다. 시 외곽의 서민들 집은 궁핍해 보인다. 사암벽돌에 슬레이트 양 철 지붕을 얹은 집, 3-4층짜리 누런 회색 일색의 낡은 아파트 등에서 서민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1인당 GNP가 3600$(2007년)로 석유 생산량은 많지만 부의 대부분은 일부 부유층으로 돌아가고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마라자로 가는 길에는 차량이 거의 없어 차가 속력을 내며 시원스럽게 달린다. 외곽길을 1시간쯤 달려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갔다. 초원으로 뒤덮인 언덕위로 올라가니 얕은 진흙 봉오리가 여러개 보이는데 머드 볼카노(진흙 화산)이다. 유전지대는 지표층-머드층-가스층-원유층-물로 지층이 이루어져 있는데, 가스가 지표면이 약한 부분 으로 분출되면서 머드를 밀어내며 머드 볼카 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보골보골 가스가 올라오며 밀어낸 머드가 봉오리에서 흘러 내리며 화산이 분출하는 형상을 보여 준다. 겨울로 접어드는 언덕의 초원은 초록에서 누런색으로 변하고 있고 사방이 누런 초원이라 황량한 풍광이었다.

 

다시 북쪽으로 길을 나서 작은 마을인 ‘마라자’에 도착하였다. 마라자 마을 외곽 에는 바위산 밑에 이란의 위대한 이슬람의 신비주의 교단인 수피파의 성자인 ‘디리 바바’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절벽에 구멍을 뚫어 만든 모스크 형식으로 그 앞 에 건물을 지어 묘지를 만든 곳으로 주변 절벽과의 조화, 거칠고 우유 빛이 나는 무덤의 돌과 간결한 건축이 어우러져 주변 환경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 이다. 14세기 ‘디리 바바’가 행한 기행과 언행들은 아직까지 전설로 남아있어 ‘살아있는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수많은 순례객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마라자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쉐마카’로 이동한다. 쉐마카는 중세시대 슈르반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 12세기 이 지역의 엄청난 지진으로 도시가 파괴되어 바 쿠로 수도를 이전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도시로 옛 왕조의 영광을 추측할 만 한 유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예띠 굼바즈’에 슈르반 왕들의 7기의 돔형 무덤과 지진으로 쓰러지고 방치된 묘비석은 세월의 무상함을 전해주고 있다. 지진으로 파괴된 돔형 무덤은 관리가 안되어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기울어지고, 넘어 진 묘비석은 옛 왕조의 영광을 묻어버리고 있었다. 허물어진 무덤에서 가장자리에 앉아 건너편 마을을 바라보았다. 쉐마카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은 지진으로 파괴 되었다는 것을 빼고는 풍요로워 보이는 마을이었다. 소에 여물을 먹이러 나온 촌부의 한가로운 모습에서는 옛 왕조의 권력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예띠 굼바즈를 나와 휴게소에 들러 차, 커피,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마라자부터 서서히 풍광이 초록빛의 초원이 많이 보이고, 언덕에도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이곳부터 쉐키까지는 풍광이 좋았다. 산에 나무도 많이 자라고 있고, 고도가 높아지니 나뭇잎은 단풍이 들었다. 도로변에는 양고기와 사과 등을 팔고 있는 노점 상이 간간히 보인다. 기후가 좋고 물이 풍부해 숲이 울창하며 농작물 경작이 잘되는 지역으로 보인다. 도로의 고도를 높이며 산길로 올라간다. 마치 강원도 산길을 가는 기분이다. 도로변에는 가로수가 울창하고 곳곳에 리조트 겸 식당들이 곳곳에 있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여름에 현지인들이 휴가로 많이 찾는 곳인 것 같다. 안개가 많이 끼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앞차의 후면 불빛만 보며 달린다. 가로수가 울창한 도로는 잔뜩 낀 안개로 어둑어둑하여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내려서 안개 속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쉐키까지는 갈 길이 먼데 속력은 낼 수 없고 쉐키에 도착하여 갖기로 계획된 점심 시간이 지체되어 중간에 적당한 식당 앞에 차를 세워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였 다. 식당 밖 화덕에서 빵을 굽고 있던 아주머니가 30여명이나 되는 동양인이 갑자기 들이닥치니 놀라고 부끄럽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며 연신 화덕에 빵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다. 화덕 옆으로 모여들어 빵 굽는 것을 보며 아주머니와 같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방에서는 젊은 청년 두 명이 갑자기 들이 닥친 동양인 손님들 음식 준비에 정신이 없다.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 없어 갖구운 따뜻하고 구수한 빵과, 치즈, 도로변 노점상에서 급히 사온 과일, 야채, 오이지 , 맥주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여행은 예정에 없던 변수가 많아야 재미도 있고 추억이 오래 남는다. 작고 예쁘장한 아주머니는 전생에 인연이 있어 생판 모르는 한국인과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쉐키(Sheki)’에는 4시경 도착하였다. 쉐키는 실크로드의 주요한 교차로였던 곳 이었고, 실크로드 교역을 하던 대상들의 숙소였던 곳이 카라반사라이 (Caravan sarai)이다. 지역 영주들은 낙타가 하루 걸을 수 있는 거리인 20-30km마다 대상을 상대로 한 숙소를 만들어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대상들을 자신의 지역으로 통과하도록 하였는데, 그들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이 엄청나 서로 앞을 다퉈 카라반사라이를 지어 대상들을 유치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호텔로 개조하여 쉐키를 찾는 여행자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에 짐을 내리고 쉐키 칸의 궁전으로 올라 갔다.

 

몽고 침략과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던 kan국이 있던 쉐키 왕국. 이곳에서 꼭 보아야 할 곳이 쉐키 칸의 여름궁전이다. 세계문화유산 쉐키 칸 궁전이라는 안내간판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고, 왕국으로 들어가는 성채의 문을 지나니, 넓은 길이 나오고 우측으로 벽돌 2층 건물과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알바니아 성당이 보인 다. 성당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서면 쉐키 칸의 궁전이 나타난다. 궁전은 큰 나무와 넓은 정원에 전면이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져 있다. 양쪽 대칭으로 지어져 있고, 섬세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벽의 문양, 궁전 입구 문에 거울 조각으로 만든 돔 천장은 섬세하고 화려함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궁전의 내부와 정원 어디에 서나 코카사스 산맥과 숲에 둘러싸인 마을이 보이게 설계되어 전망을 중시하여 궁전을 지었고, 겨울에는 난방 문제로 주로 여름에만 사용했던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쉐키 왕조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어, 독립왕국을 이루고 있던 시절에 건설된 궁전은 정교한 축성술이 볼만하며 특히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한 곳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5,500여 개의 나무 조각으로 정교하게 이어붙인 갖가지 문양의 나무틀에 화려한 색깔의 유리를 끼워 넣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궁전 안으로 비쳐 진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화려하고 환상적인 빛을 내뿜을 때의 정경은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1층은 접견실로 사용되었다. 빨강, 파랑, 노랑, 청록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스듬히 통과한 저녁 햇빛은 화려한 문양과 어울어져 환상적인 빛의 조화를 연출하고 있어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접견실의 벽과 천장은 화려한 색깔로 그려진 꽃과 나무, 하얀 색의 나무틀의 거울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층은 왕비가 거주하던 곳으로, 벽과 천장의 여러 장식과 동, 식물 벽화가 더 화려하다. 조용하고 한적한 쉐키에 이런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어 많은 관광객을 찾게 하고 있었다.

 

궁전 아래 박물관으로 개조한 알바니아 성당은 생활자기, 악기, 보료, 양탄자 등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었고, 건너편 생활사 박물관에는 이 지방의 동물 박제, 식 물류, 생활용품, 무기류, 마차, 악기(두둑), 특산품(실크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나오니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어둠이 내린다.

 

저녁식사는 이슬람식으로 푸짐한 양과  많은 음식 종류가 먹기도 전에 질리게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간에 버스를 내려 산책 겸해서 쉐키의 밤거리를 음미하며 걸었다. 디저트가게, 잡화상 , 명품상점, 은은한  조명이 비춰지는 건물과 발코니는 쉐키를 고고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있는 카라반사라이는 낮에 보던 것과는 다른 풍광으로 운치가 있다. 정문의 문 높이는 키가 큰 낙타가 드나들 수 있게 입구가 높고 아치 형으로 큰 나무문에 사람이 들나들 수 있는 작은 쪽문이 있다. 정문을 들어가면 돔형 지붕의 광장이 나오고 발코니가 돔 지붕 안쪽으로 둘러싸고 있고, 아치형의 작은 통로를 지나면 중정이 나온다. 2층 구조로 아치형 통로에는 칸칸이 숙소로 되어있다. 벽돌로 둘러싸인 아치형의 복도에 비치는 햇빛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영화 ‘위대한 침묵’과 같은 고요한 수도원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ㅁ자형 건물의 중정에는 작은 연못과 정원이 있다. 장거리 여행에서 지친 대상들 이 찾아들었던 카라반사라이. 그들에게는 오아시스로, 고단한 여행의 피로를 풀고 편히 쉬며 각 지역에서 온 대상들과 정보 교환과 교역을 하던 장소였던 곳이다.

지금 이곳의 시설은 소박하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아치형 방문을 들어서면 소박한 소파와 탁자, 작은 옷장, 간단한 샤워실, 침실에는 전등이 하나 뿐이어서 어두운 조명은 운치가 있어 좋고, 난방이 안돼 추위는 체온으로 녹여야 한다.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어 층간 방음이 전혀 안되어 1층에서 2층의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이런 불편함에도 카라반사라이가 가지고 있는 소박하고 독특한 정취는 먼 과거로 돌아가 대상들이 고단한 여행의 피로를 풀었던 이곳의 향기를 느껴보는 잊을 수 없는 곳이었다.

 

 

 

머드 볼카노

 

 

디리 바바의 무덤

 

 

쉐마카

 

 

 

쉐마카

 

 

쉐키 가는 길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쉐키 칸의 궁전

 

 

알바니아 성당

 

 

카라반사라이

 

 

카라반사라이

 

 

카라반사라이

 

 

카라반사라이

 

 

카라반사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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